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6626

“공항에 들어선 한 남자. 그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남자에게 성냥갑 하나를 건네고, 스페인에서의 끝을 알 수 없는 임무를 지시한다. 그렇게 남자는 말도 통하지 않는 스페인에서의 여정을 시작하고 언제나 까페에 앉아 두 잔의 에스프레소를 시킨다. 그런 그에게 접근하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에 대한 어떤 소개도, 남자가 해야할 일에 대한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악기, 영화, 슈베르트, 다이아몬드, 분자 등 오직 자신들의 관심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다가 성냥갑 하나를 남기며 사라진다. 그리고 남자는 그 성냥갑으로 다음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가는데...”

자신을 남들보다 크게 여기면

무덤에 들어가야지

무덤에서 알게 되지 진짜 인생이 뭔지

그건 한 줌 흙일 뿐

인생엔 어떤 가치도 없어

짐 자무시의 작품을 특별히 즐겨 보지도 않고,

선호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간간히 그의 작품들을 접하게 되는 것 같다.

그의 최근작 ‘리미츠 오브 컨트롤’은 이전에 보였던 건조하고 황량한 성향을 여전히 보이면서도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작품인데, 그가 어떤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좀 더 철학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없이 어딘가로 향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는 킬러의 스페인 여행기와 같은 ‘리미츠 오브 컨트롤’은 스페인의 멋진 풍경들과 함께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게 되는 풍경들이 겹쳐지면서 상상의 공간에서 놓여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작품이다. 포스트모던한 공간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존재하는 공간이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멋진 촬영과 실험적인 성향의 ‘쎈’ 음악을 들려주었던 일본 밴드 ‘Boris’의 음악이 지속적으로 작품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공항에서의 장면 이후로 끝없이 에스프레소 두잔과 함께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누군가가 찾아오고 그들과 대화와 같은 독백을 그리고 다양한 주제를 들어주며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고, 그 대화 속에서의 무표정함과 아는 듯 모르는 듯한 모습들로 인해서 그저 여러 장소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무언가에 대해서 들려주고 있을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 작품에 대해서 짐 자무시가 만든 ‘매트릭스’와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도 일정부분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런 식으로 작품을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철학적인 주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면 개똥철학을 지나치게 겉멋을 부리면서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죽음과 삶, 인생과 음악 그리고 과학까지 다양한 주제와 관련된 대화들과 그 끝없는 대화들의 이어짐 그리고 그 이어지는 과정의 갑작스러운 끝맺음까지 이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작품은 무슨 꿍꿍이인지 여전히 모르겠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그저 다양한 의미를 갖도록 일부러 허전함을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건 어떤 안경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진실인 건 없어

다 상상된 거지

이 작품의 대사처럼 진실인 것은 없고,

상상만 해야 하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어떤 안경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말은 이 작품에 대한 가장 적절한 평가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랬다는 느낌만 감도는 것 같다.

짐 자무시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그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던,

철학보다는 허세가 더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