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에 다니는 메이코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밴드활동에 열심인 타네다. 둘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6년째 연애중인 이십대 동거커플이다. 하루하루가 지겹기만 한 메이코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를 만끽한다. 음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는 타네다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소라닌’ 녹음을 준비한다. 그러나 메이코의 자유로운 날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가고, 타네다는 쉽지 않은 현실의 가혹함에 꿈을 접은 채 다시 느슨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서로에 대한 불만으로 크게 다툰 어느 날, 산책을 하겠다며 나간 타네다는 돌아오지 않고 며칠 뒤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데….”

느닷없는 이별은

그 준비되지 못한 순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이별을 알리게 된 사람이나

이별의 알림을 듣게 된 사람이나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겪을 것이고,

그 상처받은 마음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생각 이상으로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기도 할 것이고

너무 상처가 깊어서 나아질 수 없는 흉터를 남길지도 모른다.

이별이란 그런 것이다.

삶은 그렇게 이별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래라는 막막함을 얘기하기도 하고,

좌절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의 모습과

갑작스럽게 떠난 이를 잊지 못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있는 ‘소라닌’은 그렇게 청춘의 모습들과 일상을 담아내고 있고, 정착하지 못하고 떠다니는 청춘의 모습을 공감되게 담아내는 일본의 청춘 영화의 특징을 혹은 장점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이런 방식의 작품을 질색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기 때문에 관심을 전혀 갖고 싶지 않을 것이기도 하겠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일 것이다.

조금은 허전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 구성이라 약간의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연인 관계의 남녀가 보여주는 일상적인 모습들과 함께 그들의 주변 인물들의 모습들과 각자가 갖고 있는 고민들과 그 고민 속에서 경험하는 때로는 감상적이고 때로는 웃음을 짓게 만드는 상황들로 인해서 허전한 느낌이면서도 차분하게 이야기를 채워주고 있다.

자신이 원하던 삶이 아니라는 것에 고민하기도 하고, 그렇게 고민은 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도 깨닫지 못함으로 인해서 더 무겁고 괴로운 기분을 갖게 되기도 하고, 간직해오던 꿈을 위해서 머뭇거림을 멈추고 모든 것을 제치고 집중하기도 하지만 그 노력과 진지함 그리고 간절함에 비해서 큰 좌절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서 허탈함에 무너지기 보다는 만족스러움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심심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고,

가라앉기만 한 분위기로 인해서 약간은 느슨한 느낌도 들기는 하지만...

인상적인 절정 부분 없이 평이한 진행과 결말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공감이 가기도 하고,

그들이 겪은 고민과 비슷한 고민들을 해보았던 적도 있기 때문에 눈감고 졸기 보다는 응원하고 싶어지고 나도 저런 친구들이 곁에 있었으면 하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혹은 그녀의 담담한 다짐에 좋은 느낌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안착하지 못하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흐릿하기만 한 미래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더 웃기 위해서 그리고 더 좋은 날들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

떠난 이로 인해서 느끼는 슬픔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대로 무너지기 보다는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힘겹게 노력한다.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며,

그 모습들을 담아낸 것으로도 만족스럽다.

더 많은 것을 바라기 보다는

채우고 있고 보여주려고 한 노력에 격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