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존스(게리 쿠퍼 분)는 마을에서 가르칠 선생을 데려오기 위해 주민들이 모아준 소중한 돈을 가지고 열차에 몸을 싣는다. 처음 보는 열차의 위용에 잠시 멈칫하지만 의연하게 열차에 탑승해서 여정을 시작한다. 그런데 열차가 목재와 물을 싣기 위해 정차하는 동안 무장 강도단의 습격을 받는다. 열차는 링크 존스를 비롯해서 열차의 승객인 빌리(줄리 런던 분), 그리고 샘(아서 오코넬)을 남겨둔 채 가까스로 빠져나간다. 남겨진 셋은 일행이 되어 인가를 향해 걷기 시작하는데 가수 출신의 아름다운 여인 빌리는 링크의 사내다운 풍모에 호감을 느낀다. 링크는 외떨어진 집을 발견하자 경계를 하며 빌리와 샘을 대피시킨 채 홀로 집으로 들어서지만 빈집이 아니었다. 열차를 습격했던 토빈 일당의 거처였던 것. 그리고 빌리와 샘까지 토빈 일당의 볼모로 붙잡히면서 링크가 살인과 도적질을 일삼던 토빈의 패거리였음이 밝혀지는데...

EBS 소개글. 게리 쿠퍼가 분한 링크 존스라는 인물은 여느 서부영화의 영웅들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비사회적이고 무자비한 주인공들과도 한참 동떨어져있다. 열차의 기적소리에 놀라서 소스라치고 1대1 대결에서도 그다지 강인한 인상은 보여주지 못한다. 서부영화사상 초유의 캐릭터라 할 만한데, 이후 등장한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1992)>와 같은 작품마저 아류로 돌려놓을 만큼 독창적인 캐릭터다. 영화상의 게리 쿠퍼는 주역으로 전면에 나서기엔 약간 늦은 나이지만 이런 노쇠한 얼굴의 풍모는 그를 좀 더 현실적인 인물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앤서니 만의 정통 서부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본 작품은 실제 가수인 줄리 런던이 게리 쿠퍼의 상대역으로 나와 이룰 수 없는 로맨스를 펼친다. 게리 쿠퍼는 배우 이전에 목장에서 일하던 진정한 카우보이로, 할리우드에서도 카우보이들의 풍습을 가르치는 스승이기도 했다. 그래서 할리우드의 어떤 배우도 그만큼 서부의 사나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장 뤽 고다르는 <서부의 사나이>를 그해의 영화로 선택하면서 ‘웨스턴의 재발명’이라 일컬었다. 1950년대 할리우드 서부극을 최고의 경지로 올려놓은 앤서니 만이 연출한 마지막 서부극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

장 뤽 고다르는 이 작품에 대해서 ‘웨스턴의 재발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평론가 정성일은 고다르를 인용하며 이 작품에 대해서 ‘서부영화의 끝’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런 극찬을 접하고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면 거대한 무언가가 담겨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작품을 감상도 하기 전에 긴장하게 되고 의식적으로 좋은 부분만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평가는 아예 무시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더 흥미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보기에는 어렵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보아야만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눈’과 함께 게리 쿠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서부의 사나이’는 평론가 정성일의 말처럼 서부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한계점에 놓여있는 작품일 것이고, 이 작품에 영향 아래에 놓일 수밖에 없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제외한다면 가장 서부영화이면서도 서부영화이기를 거부하는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를 이미 보았었기 때문에 ‘서부의 사나이’는 작품이 갖고 있는 그 독특함이 조금은 옅게 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설정들은 그리고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게리 쿠퍼의 모습은 여전히 색다르고 인상적이기만 하다.

한때 악명을 떨치던 악당이었지만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던 주인공 링크가 자신이 새로운 삶을 시작한 마을의 아이들을 가르칠 선생을 구하기 위해서 도시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고, 그의 모습은 한때의 악당이기 보다는 아는 것 없이 시골에서 도시로 향한 촌뜨기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중한 돈지갑은 손에서 떨어트리는 실수를 하고 있고,

기차의 기적 소리에 당황스럽게 뒷걸음 치고 있으며,

기차의 좁은 의자와 거칠게 출발하는 것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은 인상적이지만 유난히 두드러지지도 않는 시작을 보이면서 작품은 진행되고 있고, 갑작스러운 습격과 이로 인한 낙오와 다시금 찾게 된 못된 짓을 일삼던 시절의 은신처로 발걸음을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여전히 나쁜 짓을 일삼고 있는 이전 동료와 가족들을 재회하며 주인공 링크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고 그의 곁에서 그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어가는 여성과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감독 안소니 만은 이 작품을 통해서 기존의 서부영화가 갖고 있는 신화를 해체하고 전복시키고 있다. 한때의 악당은 이제 늙고 지쳤을 뿐이고,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스러워 할 뿐이다.

여전히 나쁜 짓을 하고 있는 이도 이제는 이전과 같은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그저 심술과 과격함만 남겨져 있을 뿐이고 생각과 계획과는 다른 일들만 벌이고 있을 뿐이다.

제대로 된 총격전을 보이기보다 이제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하지 못하겠다는 말만 되뇌고 있을 뿐인 주인공은 마지막 총격전을 통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살려고 아등바등 거리는 모습을 보이고만 있을 뿐이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심심한 느낌만 들 뿐이겠지만,

서부영화를 이것 저것 볼만큼 본 사람들은 약간은 엉뚱하면서도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인 혹은 반성적인 설정들에 조금은 관심을 기울게 될 것이다.

주인공 링크의 어색하고 머뭇거리는 모습과 그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대부분의 장면들이라면,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또다른 이야기는 주인공 링크와 우연히 그와 만나 고난을 함께하는 아름다운 여성 빌리 와의 슬픈 사랑이 작품을 구성하는 또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출중한 아름다움으로 인해서 많은 남성들에게 관심을 받던 그녀가 새로운 삶을 위해서 여행길에 올랐다가 우연히 링크를 통해서 진정으로 사랑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서 그에게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과 그에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사랑받지 못한다고 해도 그의 곁에서 머물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다짐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 서글픈 작품을 더욱 감미롭게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음에도 그녀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그저 말없이 그녀가 곁에 있기를 바라고 있는... 그녀를 향한 손길조차 조심스러운 링크의 모습과 때늦게 다가온 사랑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를 몰라 하는 마지막 모습은 그들의 사랑이 이뤄질 수 없다고 해도 그래도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에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난 이제껏 평생 누구도, 아무것도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요.

사랑이란 어떤 건가 늘 궁금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알겠어요.

내겐 희망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도 난 이 느낌을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아요.

희망이 남아있지 않다고 해도 그 어떤 것과도 사랑하는 감정을 바꾸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딱하기만 한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결국 자신들에게 다가온 사랑을 피하기보다 조금이라도 간직하는 것이 슬프지만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의 선택에 옳다고 말하기도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항상 그렇듯이...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법이다.

예상과는 다른 작품이었고,

예상보다 실망스러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과 모습들에 큰 놀라움을 갖게 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서부극의 재발명이기도 할 것이고,

서부극의 끝이기도 할 것이지만,

그전에 가슴 아픈 사랑이 먼저일 것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