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모과이와 벨 앤 세바스찬과 같은 밴드들 덕분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을 때가 있었다. 정말 ‘반짝’한 기간이기는 했지만 그곳 출신의 밴드들의 음악계를 휩쓸었을 때가 있었고, 그땐 정말 그들이 한시대를 지배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반짝’이기는 했지만... 그땐 그랬다.

당시 그들의 음악보다 조금은 덜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가장 우울하고 내성적인(혹은 그런 척하는) 성향의 음악을 들려주었던 아랍 스트랩 Arab Strap의 음악을 가장 선호했었고, 실컷 즐겼고, 그렇게 잊어갔다.

무한히 반복되기만 하다가 가끔은 폭발하는 기타와

중얼거리며 뭔가 얘기만 하고 있는 보컬

그리고 귀를 찍을려고 하는 것 같은 드럼은 이들의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인상이고 그렇게 그들의 음악에 반했었다.

언제부터 그들의 음악을 잊어 가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언제부터 그들의 음악에 그렇게 애정을 느꼈는지도 잘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어느 순간부터 좋아했을 것이고, 어느 시점 이후부터 무관심해졌을 것이다.

다만, 이 노래를 유난히 좋아했었고, 여전히 이 노래를 가끔은 찾아 듣고 있다.

그리고 이 노래가 가장 인상 깊게 들렸던 그 순간이 갑작스럽게 떠올려진다.

아득히 먼 기억이라고 생각되지만,

그건 얼마 되지도 않은 옛일이었고,

홀로 허름한 공항에서 첫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에 들렸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한없이 반복해서 들었고,

비행이 시작되어 하늘 위로 올라 잔뜩 하얗게 깔려 있는 구름 위에서 밝게 빛나기 시작하는 아침 햇살을 느끼며 반복하며 들었었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이 노래에 큰 인상을 받게 되었었다.

그렇게 그 순간은 기억나고,

그렇게 이 노래는 기억된다.

어느 날 생각지도 않게 찾아오는 기억과 같이...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은 이미 잊게 되었을 때나 찾아오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추억하고, 단지 기억하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