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질을 일삼는 무식하고 가난한 후안(Juan Miranda: 로드 스타이거 분)은 꾀를 내어 지나가는 역마차를 세워 동승한다. 부자들이나 타는 역마차에 동승한 그는, 지주, 공증인, 성직자, 아돌리타, 미국인 남자로부터 짐승 취급을 당한다. 그러나 마차의 길목에서 지키고 있던 후안의 패거리들은 마차를 탈취하고, 후안은 자기가 당했던 모욕을 고스란히 되돌려준다. 후안은 우연히 아일랜드 폭탄전문가 숀(Sean Mallory: 제임스 코번 분)을 만나게 된다. 다이너마이트의 위력을 알게 된 후안은 숀을 자기의 계획에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쓴다. 계획이란 메사 베르데 국립 은행을 터는 것. 메사 베르데에 도착한 후안은 그곳이 평화롭지 않음을 알고 실망한다. 도처에서 정부군에 의해 혁명가담자가 총살되고 있었다. 후안은 과거의 메사 베르데 은행만을 생각하고 존과 함께 쳐들어가는데 돈은 구경도 못하고 정치범 150명을 해방시키는 결과만 가져온다. 후안은 실망하지만, 그는 뜻하지 않게 혁명 영웅이 되어 있었다. 본의 아니게 혁명에 가담하게 된 후안이었지만, 그는 혁명에 대단히 냉소적이다. 미국으로 가 은행을 털기로 작정한 후안은 자기 자식들과 헤어지는 것도 불사하지만, 자식들이 모두 혁명의 희생물이 되자 비통해 한다. 분개한 그는 혼자서 군인들과 대항하다 죽을 고비를 맞는데 숀의 도움으로 고비를 넘긴다.”

혁명이란...

사교모임의 만찬이나

문학 작품을 집필하는 것

또는 회화를 그리거나 자수를 놓는 것이 아니다

혁명이란 결코...

우아함과 예의 따위와는 어울릴 수 없는 것이다

혁명은 그 자체가 바로 폭력적인 행동이다

 

- 모택동 -

냉소적이고,

비꼬고,

전복적이었던

세르지오 레오네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를 통해서 자신의 성향을 시대극과 서사극의 어딘가에 위치시키려고 하는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보다 진지해졌고, 시대와 사회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지향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고,

그의 작품은 보다 풍부해졌고,

더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그의 작품은 점점 더 길어지게 되기도 했지만, 충분히 작품을 위해서 필요한 길이였기 때문에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런 시대와 사회에 대한 그의 시각이 더욱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작품이 ‘석양의 갱들’일 것이고,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노골적인 정치적 성향과 풍자 그리고 시대의 슬픔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가면서 그의 작품은 점점 더 서부영화에서 벗어나게 되어만 간다.

말 그대로 시대를 담아내려고 하게 된다.

멕시코의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석양의 갱들’은 마치 영화를 통해서 마오쩌둥의 혁명정신을 전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렇기만 했다면 조금 더 진지했을 것이고, 조금 더 빨리 시대의 흐름으로 인해서 잊혀졌을 것이다. 다행히 세르지오 레오네는 자신의 냉소적인 시선과 시대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마오쩌둥의 혁명정신을 받아들이면서도 그에 대한 비판 또한 버리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마오쩌둥의 정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길어지니 그냥 넘어가자고 말해야 할 것 같지만.

이 작품이 어떤 성향인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는 첫 장면은 매우 인상적인데, 추기경과 멕시코인 부르주아들 그리고 (백인인) 미국인은 우연히 역마차에 합승한 누추한 모습의 후안 앞에서 그가 말을 알아듣고 있음에도 상관없이 노동자들에 대해서 그리고 빈곤층과 흑인에 대해서 짐승과 같은 존재처럼 혹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처럼 얘기를 하고 있고, 그들의 삶을 비웃고 모욕한다. 그런 모욕을 순순히 받아들이던 후안은 자신의 본모습(산적)을 밝힌 다음에 그들을 실컷 조롱하고 자신이 당한 모욕을 되갚는다.

그런 와중에 시끄럽게 등장한 (숀 또는) 존을 통해서 후안은 보다 더 큰 꿈을 꾸게 되고, 그런 후안의 꿈에 심드렁한 모습을 보이던 존은 그의 꿈을 자신의 목적(멕시코 혁명)을 위해서 이용한다.

처음에는 후안의 집요함으로 존이 이용당하게 되는 것 같았지만,

결국 이용당하는 것은 후안이고,

존의 의도대로 이용되어 그는 점점 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혁명의 영웅으로 떠오르게 된다.

영웅으로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후안과 존은 혁명으로 인한 혼란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수많은 죽음들을 목격하고 경험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존은 아일랜드에서 혁명을 모색하던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혁명은 새로운 시대와 사회를 만들기 보다는 혼란 그 자체를 만들고 있을 뿐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혼란 속에서 혁명의 진정한 정신은 잊혀져가고 그저 생존을 위한 몸부림만이 남게 될 뿐이다. 그런 모습을 존은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동료를 배신하는 의사의 모습을 통해서 바라보게 되고, 대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변명을 들으며 자신의 동료가 배신을 하던 과거를 다시금 회상하게 된다.

존은 처음에 갖고 있었던 혁명에 대한 진심에 대해서 회의하게 되고,

점점 더 지쳐가게 된다.

그는 더욱 독자적인 행동을 하게 되지만, 그로 인해서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후안 또한 처음에는 더 많은 금을 얻기 위해서 존에게 접근하였지만, 점점 더 혁명을 위한 행동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되고 그로 인해서 자신의 가족들이 전부 희생되어버리게 된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명성 뿐이고,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남겨진 것은 없다.

세르지오 레오네는 존과 후안을 통해서 멕시코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담아내고 있고,

혁명이 벌어지는 상황에서의 혼란과 수많은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을 믿지 않게 되고 자신이 다루고 있는 다이너마이트만 믿게 되어가는 존의 모습과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점점 더 혁명의 한복판에 남겨지게 되는 후안의 모습을 통해서 혁명에 대해서 환호하기 보다는 혁명을 회의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결국 혁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된다.

21세기가 되면서 한동안 잊혀졌던,

그리고 함부로 말하지 못하던 혁명에 대한 얘기가 다시금 나오게 되는데,

과거와는 혁명에 대한 논의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얘기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은 함부로 혹은 너무 쉽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포스트’와 관련된 담론 또는 논의들을 통해서 혁명에 대해서 회의적이게 되거나 보다 새롭게 혁명을 ‘혁명’시켜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논의 모두 관심을 갖게 되지는 못하였고,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 ‘즐거운 혁명’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극히 냉소적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논의되고 있는 혁명에 대한 말들은 그저 말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혁명이라는 것은 결국 처절한 행동일 것이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어떤 행동도 실행에 옮길 것이다.

그건 매우 폭력적이고, 직접적일 것이다.

수많은 희생이 야기되는 혁명에 대해서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 혁명에 대한 논의는 거의 문자로만 이뤄지는 것처럼 혹은 생각의 전환만으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들도록 만드는 논의들인데, 그 생각의 전환을 혹은 사고방식의 변화를 위해서 벌이는 일련의 전환들 또한 극히 일방적인 생각일 것이고, 정서적으로 벌이는 폭력적 실천이기도 하다는 것에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결국 그런 생각은 극히 이론적이기만 한 논의와 생각일 것이고,

말이면 다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에 대해서 후안이 존에게 향하는 비난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게 뭐야?

 

지도,

나라를 깔고 누워있군

 

내 나라가 아냐

내 나라는 나와 가족들이지

 

네 나라는 우에르타고 정부 관료고 지주들이기도 하지

군터 루이즈와 그의 추종자들이기도 하고

그래서 혁명이 필요한 거야

 

혁명이라고?

혁명 얘긴 꺼내지도 마

나도 혁명이라면 잘 알고 있다고

책을 읽은 자들이 책 안 읽은 사람들한테 가서

‘모든 것을 바꿀 때가 됐다’고 하는 거지

 

쉿!

 

쉿 소리도 그만해

나도 혁명이란 게 뭔지는 잘 안다니까!

책을 읽은 자들이 책을 못 읽는 자들에게

‘세상을 바꾸자’고 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부추기는 거야

책을 읽은 유식쟁이들은 테이블에 가만 앉아서

얘기만 실컷 하고 먹기만 하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다 죽어버려!

그게 당신들의 혁명이야!

그러니 제발 혁명 얘긴 하지 마

그러고 난 다음엔 또 어떻고!

매번 악순환의 연속이야!

이 작품을 통해서 혁명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고,

혁명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도 몰랐지만,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작품이었고,

그것을 떠나서 세르지오 레오네가 얼마나 기존의 성향에서 벗어나게 되어가는지 알게 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전부터 보여주었던 인물들의 얼굴을 최대한 화면에 담아내는 방식과 몇몇 장면들과 편집방식으로 인해서 이전의 모습들을 찾아낼 수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작품이 이전에 비해서 거장의 모습을 갖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