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The Man: 찰스 브론슨 분)가 기차역에 도착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악당 프랭크(Frank: 헨리 폰다 분)는 약속을 지키는 대신 세 명의 총잡이 부하를 보내는데, 모두 그 ‘남자’의 총에 쓰러진다. 한편 프랭크와 그의 부하들은 스위트워터의 사막에서 신부를 기다리고 있던 맥빈이라는 남자의 땅을 빼앗고 그의 아들과 함께 죽여버린다. 그리고는 무법자 케인의 짓인 양 꾸민다.

뉴올리언즈에서 한때 매춘부였던 질(Jill McBain: 클로디아 카디날 분)이 마을에 도착해서 비극적인 사건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는 한달전에 맥빈과 결혼해서 이곳으로 옮겨온 것인데, 맥빈이 남긴 물건 가운데 있는 여러 건물의 축소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알 수가 없다. 그때 케인이 와서 자신은 남편을 죽인 사실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의 집을 지켜보기로 한다. 그 남자가 질의 집에 도착한다. 프랭크와 부하 두 명이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그들에게 질주하자 남자는 그들이 미처 총을 빼지 전에 프랭크의 부하를 쓰러뜨린다.

철도왕 모튼의 개인용 기차로 프랭크를 찾아가지만, 프랭크에게 잡힌 그 남자는 도대체 자신을 왜 죽이려하는지 궁금해하는 프랭크에게 끝가지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프랭크가 부하를 시켜 그를 지키도록 하고 질의 땅을 보스 모튼 앞으로 확보하기 위해 나간 사이 남자는 탈출한다. 프랭크는 질을 죽이지 않기로 맘먹고 그녀를 유혹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질은 땅을 공매에 붙이는데 동의하고 프랭크의 부하들은 다른 사람들이 입찰하는 것을 위협한다. 경매에서 프랭크 일당은 얼마 되지 않는 5백 달러를 부르는데 마지막 순간 그 남자가 5천달러를 불러 땅을 산다. 그 돈은 케인을 경찰에 넘긴 보상금이었다. 그 남자는 모튼이 그 땅에서 물이 나기 때문에 손에 넣으려고 했던 것을 알고 있었다. 맥빈은 그곳으로 기차가 통과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그곳에 마을 세우려고 했었던 것이다. 남자는 질에게 땅을 돌려준다. 모튼은 프랭크의 부하를 매수하여 자신의 사업을 손에 넣으려했던 프랭크를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프랭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자 하는 남자는 프랭크를 도와 저격하려던 자를 처치한다. 모튼의 기차로 돌아온 프랭크는 감옥에서 탈출한 케인의 부하들과 그의 부하들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모튼 역시 죽어있다.

한편 케인이 질의 집에 도착하고 바깥에는 남자와 프랭크의 대결이 벌어진다. 숨막히는 시간이 흐르고 남자는 빠른 총솜씨로 프랭크를 쓰러뜨린다. 그리고 죽어가는 프랭크에게 하모니커를 물어주면서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 그 옛날 자신이 그 남자의 형을 매달고는 어린 그 남자의 어깨 위에 올려놓다가, 지쳐 쓰러질 때 죽도록 하게 한 그 참혹한 기억을 떠올리고는 숨진다. 케인과 남자는 아쉬워하는 질을 남긴 채 떠난다. 그녀는 그곳에 남아 마을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철도 노동자들을 지휘하게 될 것이다. 두 남자가 언덕에 이르렇을 때 모튼이 기차를 습격할 때 당한 심한 부상으로 케인이 쓰러진다. 남자는 죽은 케인을 태운 그의 말을 끌며 길을 떠난다.”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불리는(그리고 이 작품들에 영향을 받은) 일련의 수정주의 서부극들은 기존의 수정주의 서부극의 비판적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보다 더 냉소적이고, 자극적인 성향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고전적인 서부극이 선악의 이분법에 충실하고 (미국의) 신화를 만드는 작품이었고,

이에 대한 반발과 신화의 해체 또는 비판을 모색한 것이 수정주의 서부극이었다면,

‘마카로니 웨스턴’은 그 수정주의도 고립된 주인공과 반성적인 성향에 불과할 뿐이고 전복적이지는 못하다는 식으로 서부극을 더욱 극단으로 이끄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런 작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시기적으로는 196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공간적으로는 미국에서 벗어난(세르지오 레오네의 ‘달러 삼부작’은 미국에서 제작되지 않았고, 그는 미국인도 아니었다) 곳에서 미국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접하였던 이들이 만들어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제대로 된 규칙을 모르던 이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규칙을 만들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마카로니 웨스턴’은 기존의 서부영화가 갖고 있는 선과 악의 이분법에 도통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있고, 고민에 빠진(혹은 인간적인) 영웅에도 관심이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누가 더 나쁘냐와 누가 덜 나쁘냐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고, ‘황야라는 공간’은 하나의 풍경이면서 작품 자체의 분위기와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정서적 풍경으로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 공간과 풍경은 보다 큰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 풍경을 통해서 담아내는 정서 또한 복합적이 된다(그리고 더욱 건조하게 된다).

‘달러 삼부작’으로 불리는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서 생각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던(난데없는 등장에 팬들은 환호했고, 평론가들은 당황했다) 세르지오 레오네가 보다 큰 야심을 갖고 거대한 규모로 담아낸 작품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이런 일련의 전복적인 시도가 정점에 오른 작품이고, 모든 신화의 해체를 완료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해체를 통해서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간 작품이기도 하다.

기존의 전복적인 작품들이 갖고 있는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진지해졌고,

허무함과 냉소적인 성향(즉, 우울함)은 더 짙어졌다.

작품 자체로서도 탁월한 작품이지만

서부영화를 전복시키고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감독에서 거장으로 변화되어 새로운 신화를 써내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강렬한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작품의 시작은 레오네 감독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면서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고 있는 서부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고,

무표정하고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무언가를 기다리는 모습과

그 기다림이 만들어내는 불길함과 긴장감은 자주 보았었던 장면들이고, 그 자주 보았던 장면들을 여전히 뛰어나게 보여주고 있다.

사연이 있는 것 같은 하모니카 소리가 작품의 정서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고,

나른해져가는 분위기를 다잡는 총격전을 보여주는 순간은,

첫 장면부터 이 작품이 걸작이라는 것을 직감하도록 만든다.

이야기는 항상 그렇듯이 기존의 서부영화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잔뜩 비틀고 있다.

뭔가 숨겨진 사연이 있는 것 같은 주인공은 지속적으로 (말을 하듯이)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그가 어떤 사연이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그에게는 정의감 보다는 복수심만이 느껴질 뿐이고, 그 복수를 위해서 그는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정상적인 영웅이기 보다는 반영웅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동료가 되어가는 샤이엔 또한 악당일 뿐이지만 그래도 아이는 죽이지 않는다는 식의 자신만의 규칙을 갖고 있는 악당이다. 나쁘긴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고, 레오네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미망인 질은 지금은 정숙한 듯 행동하지만 한때는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매춘부였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누구와도 손을 잡으려고 하고 있고, 누구와도 잠자리를 하는 것에도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이들을 작품은 처음에는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고,

이야기를 연결하기 보다는 뻗어 나가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작품은 이야기의 진행보다 더욱 인상적인 분위기와 영상(그리고 음악)을 통해서 작품의 강렬함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이 작품의 전복적인 성격을 더하게 만드는 악당 프랭크를 ‘헨리 폰다’가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강조해야 할 것 같다. 가장 미국적인 연기자 중 한명인 헨리 폰다가(그는 자주 정의감이 넘치는 캐릭터들을 연기해 왔었고 서부영화 중 가장 정의로운 주인공인 와이어트 어프를 연기했었다. 게다가 그는 미국 노동계급의 영웅인 ‘분노의 포도’의 톰 조드도 연기했었다) 작품 속 등장인물 중 가장 최악의 인물(프랭크는 무방비 상태인 아이도 살해한다)을 연기함으로써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전복적인 성향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레오네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뒤집으려고 하고 있고, 그 의도는 성공했다.

헨리 폰다를 통해서 서부극이 갖고 있는 하나의 이미지를 뒤집고 있고,

좋은 이는 하나도 없고(혹은 그런 사람들은 작품 속에서 다들 죽였고) 오직 나쁜 이들만이 이 작품에 등장하게 만들어 등장인물에 대한 우리의 예상도 뒤집고 있다. 그리고 어떠한 정의감이나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돈’ 또는 ‘복수심’으로 행동하게 만들어서 모든 구성을 전복시키고 있다. 즉, 이 작품은 이중 삼중으로 뒤집고 있다.

게다가 이야기의 중심이 그동안 흩뿌려졌던 인물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철도개통’을 통해서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연결고리(철도개통)가 정치적 / 사회적인 의도가 아닌 철저한 경제적인 의도만을 갖고 있고, 그 의도가 적법한 방식도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며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전복적인 성향이 하나의 장르를 넘어서 하나의 신화를 그리고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키고 해체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의도를 철저히 그리고 완벽하게 실행하고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구슬픈 음악이 이 해체와 전복을 감탄하며 바라보도록 하고 있고, 탁월한 연출력은 정말 멋지다는 말만 나오게 만들고 있다.

또한, 단순히 작품으로서만 감탄하게 만들지 않고 서부영화 특유의 ‘총격전’이 갖고 있는 매력도 잘 살려내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말만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총격전은 그렇게 많은 장면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워낙 인상적이고, 오프닝에서 멋지게 시작하고 있고, 끝맺음도 멋지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나오는 결투 장면들은 몇 번을 다시 보아도 환호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