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발된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거의 백인으로 이뤄진 자국팀 ‘스프링복스’와 영국의 경기에서 흑인들이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에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스포츠를 통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할 것을 결심하고,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를 초대해 1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 달라고 제안한다. 그 누구도 믿지 않았고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우승! 결코 굴하지 않았던 그들은 온 국민에게 기적 같은 경험을 선사하고 이 날의 경기는 흑과 백이 하나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기적은 그저 주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나가는 것인가?

그리고

이 작품이 단순히 넬슨 만델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작품이기만 한 것인가?

아니면 넬슨 만델라와 남아공을 통해서 오바마와 미국을 바라보려고 하는 것인가?

그저 단순히 스포츠 영화로 생각하게 된다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작품을 보게 되지는 않겠지만 어쩐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렇게 단순히 감동적인 이야기만을 갖고 작품을 만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된다.

그의 최근 작품들은 지속적으로 영화적 재미만이 아니라 현재 미국의 사회에 대한 그의 시각과 의견을 집어넣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단순히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 만델라가 당선되었던 시기의 남아공을 통해서 오바마의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미국을 이끌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의견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체인질링’과 ‘그랜 토리노’ 때문인지 조금은 쉬어가는 느낌이 들게 되는 ‘인빅터스’는 그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는 깊은 인상을 주지는 않고 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작품의 완성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만들던 그의 작품은 기본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수준으로 올라서 있는 감독이 지금 몇이나 되겠는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면서 그 드라마를 다양한 소재를 갖고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소재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는 드라마를 만들고 있고, 그 드라마에 자신의 철학과 시각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이면서도 일관성을 갖고 있고,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몇 안 되는 작가일 것이고 이야기의 흐름을 우선 시 한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방식을 따르는 장인일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남아공 럭비 팀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중심을 두면서도 넬슨 만델라가 어떤 의도를 갖고 남아공을 이끌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 의도 안에서 남아공 럭비 팀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영화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스포츠 영화라고는 보기 힘든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이렇게 일반적인 스포츠 작품과는 다르다는 말을 하게 되지만 스포츠 영화 특유의 분위기는 잘 유지하고 있다. 럭비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럭비 경기가 갖고 있는 박진감과 몸과 몸의 충돌을 통해서 전해주는 긴장감을 이 작품은 잘 살리고 있다. 그리고 선수들의 열정과 함께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로 인해서 보다 더 의미를 갖게 되는 과정 또한 잘 담아내고 있다.

아마도 여기까지는 다른 감독들도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고, 이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전해줬었을 것이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여기에 넬슨 만델라 개인의 인생과 함께 그의 남아공의 미래에 대한 시각을 담아냄으로써 작품을 보다 정치적으로도 읽힐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또한 감동을 보다 더 극대화시키고 있다.

넬슨 만델라 개인의 삶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 때문에 작품 자체가 조금은 격조 있는 작품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의 의도는 성공적이었고,

항상 그렇듯이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은 멋진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모건 프리먼은 다른 사람은 떠올려지지 않을 정도로 넬슨 만델라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고,

맷 데이먼도 주어진 배역에 충실했다.

항상 성실한 맷 데이먼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다음 작품에서도 함께하는데, 다음 작품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딱히 흠을 잡을 만한 부분이 없었고,

이런 작품이야 말로 ‘웰메이드’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에서 인용되고 있는 ‘윌리엄 E. 헨리’의 시를 읽으며 이 작품의 감동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Invictus

굴하지 않으리

William Ernest Henley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온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나를 뒤덮은 밤의 어둠 속에서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나는 어떤 신들이든 그들에

For my unconquerable soul.

내 불굴의 영혼 주심 감사하노라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환경의 잔인한 손아귀에 잡혔을 때도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난 주춤거리지도 울지도 않았노라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운명의 몽둥이에 수없이 두들겨 맞아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내 머리 피 흘리지만 굴하지 않노라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분노와 눈물의 이승 저 너머엔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유령의 공포만이 섬뜩하게 떠오른다

And yet the menace of the years

허나 세월의 위협은 지금도 앞으로도

Finds and shall find me unafraid.

내 두려워하는 모습 보지 못하리라

It matters not how strait the gate,

상관치 않으리라, 천국 문 아무리 좁고

How charged with punishments the scroll,

저승 명부에 온갖 형벌 적혀 있다 해도

I am the master of my fate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I am the captain of my soul.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나니

참고 : 한국의 경우는 이미 2002년 월드컵을 경험했기 때문에 스포츠가 갖고 있는 큰 매력과 성질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경기의 승리로 인해서 갖게 되는 일반 시민 또는 국민들의 정서적인 / 육체적인 활력에 대해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