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힌 웨스트 버지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FBI 여성요원 배넌 하우저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여성요원 다코다 휘트니를 팀장으로 흑인요원 모슬리 드럼미 등이 투입된 수사팀이 구성된다. 사건을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스스로 영매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전직 카톨릭 신부 조셉 크리스만. 조셉 신부의 환영을 바탕으로 사라진 요원의 팔 한쪽을 발견하자, FBI는 초자연 현상을 믿는 전직 FBI 요원 폭스 멀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시골에 은둔해있는 멀더의 연락처를 유일하게 아는 이는 멀더의 전동료 데이나 스컬리로 그녀 역시 FBI를 그만두고 현재는 카톨릭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FBI의 방문을 받은 스컬리는 실종된 요원 수사에 참여하도록 멀더를 설득하고 둘은 오래간만에 FBI 본부로 향한다. 한편, 배년요원의 잘린 목이 발견되고, 사건이 장기밀매 조직과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지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되지만, 용의자를 추적하던 중, 휘트니 요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과연 멀더와 스컬리는 자신들을 조여오는 엄청난 어둠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엑스 파일’이라는 말이 하나의 드라마를 지칭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뜻으로 쓰일 정도로 ‘엑스 파일’은 성공한 드라마일 것이고, 단순히 드라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990년 말 그리고 세기말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식상해지던 TV 시리즈가 종결을 하고 한동안 잊혀졌던 ‘엑스 파일’이 조용하게 새로운 에피소드가 영화로 제작되었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팬들의 기대를 모으며 공개되었었다. 이미 몇 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라 이미 볼 사람들은 다 보았겠지만 항상 게을러서 이제야 보게 되었고 다른 팬들과 마찬가지로 뭔가 허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멀더와 스컬리를 보았다는 것으로도 만족하게 된다.

‘엑스 파일’은 어떠한 의미에서 불신에 관한 작품이고,

반대로 어떤 의미에서는 확신에 관한 작품이었다.

케네디의 저격을 경험하고,

온갖 문화들을 경험하였던 세대들이,

냉전으로 인해서 무언가를 항상 숨기기 바빴던 1980년대를 지나서,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된 1990년대를 살아가며 그동안 감춰졌던 수많은 것들을 꺼내놓게 되었고, 그렇게 밝혀진 진실들은 정부를 불신하게 만들고,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아무도 믿지 않게 되었다.’

반대로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됨으로써 자기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에는 오히려 더욱 몰두하게 되었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을 갖기도 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과

믿지 않는다는 것의 기준은 매우 모호하게 되었고,

‘엑스 파일’은 그 모호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매우 지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자신의 감각에 따르는 멀더나

항상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을 추구하면서도 종교에 의지하는 스컬리의 대비는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대비되는 모습이지만 반대로 매우 동일한 모습을 갖고 있다.

둘은 그렇게 다른 것 같으면서도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고,

그런 그들의 모험은 항상 지적이면서도 유머 있고,

매력적이었다.

이런 ‘엑스 파일’을 갖고 더 많은 얘기들을 꺼낼 수 있겠지만,

어차피 다 지나간 얘기가 되어버렸고, 지금 다시 ‘엑스 파일’에 대한 얘기들을 꺼내봤자 지나치게 길고 긴 사족이니 영화를 얘기하고 끝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TV 시리즈에서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했었는데, 첫 번째는 외계인과 관련된 정부의 거대한 음모와 관련된 내용이고, 두 번째는 초자연적인 현상 혹은 기괴한 내용의 사건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들이었다.

첫 번째와 관련된 작품은 이미 TV 시리즈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영화로 만들어졌었고(미래와의 전쟁), 예상보다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었다. 게다가 더 이상 정부의 음모이론과 관련된 내용은 너무 많이 써먹혀졌기 때문에 매력도 없어져서 이번 작품에서는 말 그대로 폐기되어 버렸다.

그나마 여전히 흥미를 끌게 되는 초자연적인 사건과 기괴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게 되었고,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지만 오랜만에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들 노쇠해져서 그런지 작품에 활력을 느끼기 힘들었다.

‘나는 믿고 싶다’는 시기적으로는 TV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전 극장판과는 다르게 멀더와 스컬리의 캐릭터 설명을 특별히 하지 않고 곧장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처음 ‘엑스 파일’을 접하는 사람들은 조금은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나는 믿고 싶다’는 TV 시리즈 팬들을 위해서 만들어졌거나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엑스 파일’의 기본 정보는 알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인물들의 성격을 설명하기 보다는 이야기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인데,

TV 시리즈의 에피소드를 조금은 길게 만든 것 같고,

2~3편을 한편으로 섞은 것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TV 시리즈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보다 규모 있게 제작된 작품 이상의 매력을 갖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월의 흐름 덕분에 멀더와 스컬리가 조금은 늙었고,

그들의 애매했던 관계가 이제는 자리를 잡은 것 같은 분위기(멀더와 스컬리의 약간은 날이 선 대화들이 이제는 마치 부부 사이의 약간의 언쟁과 같은 느낌이 들게 될 정도로 그들은 서로에게서 안정을 찾고 있는 것 같다)를 보여주어서 팬으로서는 만족스러운 장면들이겠지만 그 장면을 보겠다고 영화를 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많은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일종의 ‘프랜차이즈 영화’로 이끌어가고 싶은 계획이 처음부터 엉클어진 느낌이 드는데, 제작진들의 그리고 배우들의 목표가 앞으로도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믿고 싶다’를 봐서는 그저 조금은 때늦은 사족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이 작품을 진정으로 즐기던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는 시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때 누구보다도 좋아했던 것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게 해준 것으로도 충분히 고맙다고 말하게 된다.

난 여전히 ‘엑스 파일’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들뜨게 된다.

그리고 나처럼 이 작품을 좋아했던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 작품을 좋아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지 않게 되었다고 해도 불평할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