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7745149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방송을 꼽으라면 ‘무한도전’과 ‘1박 2일’이 가장 먼저 생각나게 되고 아마도 이런 생각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떠올릴 것 같다.

두 개의 방송은 프로그램 진행에서 약간의 차이를 갖고 있는데,

주요 진행자(강호동, 유재석)가 전체적인 진행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무한도전’이 보다 실험적인 방식이라면,

‘1박 2일’은 보다 안정적인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무한도전’이 출연진에게 항상 새로운 도전 과제를 주면서 그 과제를 수행하는 도중에 각각의 출연자들이 자신들의 캐릭터를 통해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면, ‘1박 2일’의 경우는 각각의 출연자들이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매주 (어느 정도는) 동일한 이야기 진행에서 웃음을 유발하게 하고 있다.

그들은 어딘가로 떠나고,

그 떠나는 과정 속에서 금전적인 혹은 운송수단의 제약을 받고 있고,

때로는 함께 향하고,

때로는 나눠져서(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투면서) 향하기도 한다.

도착한 장소에서는 식사와 잠자리를 놓고 제작진과 또는 서로 간에 게임을 벌이게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일반인들이 참여하거나 혹은 다양한 변수들이 만들어지면서 정해져 있는 틀이 끝없이 차이를 만들어내고 그 차이 속에서 웃음을 그리고 감동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식사와 잠자리를 놓고 벌이는 복불복은 이 프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며 재미를 유발하는 순간일 것 같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복불복 보다는 일반인들의 참여와 그들의 때로는 어눌하고 때로는 재치 있는 그리고 갑작스럽게 만들어내는 감동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복불복을 통해서 가장 큰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복불복에 대해서 몇몇 평론가들은 지나치게 가학적일 때가 있고, 의도하지 않은 것 같지만 연출된 느낌이 든다는 등 다양한 지적이 이루어졌는데, 개인적으로는 특별히 비난하는 쪽은 아니지만 간간히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까나리액젓을 마시는 모습을 꼭 봐야하나?) 왜 그렇게 말을 하는지는 알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웃자는데 심각하기는... 이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복불복은 일종의 벌칙이고,

특정인에게 모든 벌칙이 몰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건 때로는 운이고,

때로는 실력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보며 웃게 되는 이유는 별 것 아닌 게임에 모든 것을 걸고,

식사나 잠자리, 옷벗기와 같은 의식주와 관련된,

다시 말해서 일상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갖고 게임을 벌이고 게임의 결과에 따라 당연히 누릴 수 있는(혹은 누려야 하는) 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패배자의 혹은 패배한 이들의 난감한 모습에서 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고, 그 웃음 속에는 그저 웃음이 아닌 가학성이 숨어 있다.

웃자고 하는데 너무 심각하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하나의 예능 프로에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상황과 설정이라면 그것까지는 웃고 넘어가겠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그들을 보며 웃고 있는 내 모습에서 어쩌면 ‘한국 사회가 하나의 복불복으로 이뤄진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복불복의 정서는 기본적으로 ‘나만 아니면 돼’라는 정서이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기본 정서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모든 것이 돌아가고 있는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떠한 사건과 사고들 속에서 소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나

소식을 전달받는 사람이나

그것이 끔찍한 일이고, 비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밝혀진 문제점에 대해서 철저한 대응과 조치가 이뤄지기 보다는 대충 넘어가게 되거나 많은 것들을 얼버무리며 지나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고를 당한 당사자들에게는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는 비극적인 일이었지만

그건 그들에게만 닥친 비극이고 이 비극이 다시 벌어질지는 몰라도 그게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속에서 지금처럼 사회적인 부실함을 여전히 보수하지 못한 채로 사회는 구성되어 있을 것이고 이대로 방치되어 있을 것이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피묻은 칼을 갖고 수건돌리기는 하는 것과 같다.

아니면 러시안 룰렛이거나.

지금까지 이랬었고,

앞으로도 특별한 사회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은 이럴 것이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가 고쳐지기 위해서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을 갖고 이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야 할 것이고, 그런 세상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 또한 자신들도 언젠가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이런 불평등한 혹은 제외되고 배제된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에 대해서 투정을 부리고 있는 나조차도 이런 정서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인데, 계속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우리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을 갖고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고, 누군가는 제외되고 버림을 받은 혹은 옳지 못한 상황에서 삶을 살아가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혹은 그들에게 닥친 불행한 소식들을 지금처럼 여전히 접하게 될 것이다.

이건 그렇게 생각보다 쉽게 개선되고 변화를 보일 수 있는 성질의 문제는 아닐 것이고,

하나의 사회적 의식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더 큰 의지와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