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경찰청의 노련한 형사 댄 멀둔은 미모의 젊은 여성이 의문스럽게 살해된 사건의 조사에 나선다. 그보다 나이가 젊은 형사 지미 홀로란과 파트너로 나선 멀둔은 두 명의 용의자를 찾아낸다. 하나는 방탕한 부잣집 아들 프랭크 나일즈, 다른 하나는 무식하고 힘만 센 가자라는 인물. 두 사람은 특별한 동기 없이 단순한 스릴을 위해 여자를 죽인 것이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들개’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범죄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듣게 되어서 감상한 ‘네이키드 시티’는 약간의 유사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특별히 연관이 되었다고 생각하기는 힘든 작품이었다.

물론, 두 작품 모두 재미나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작품은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있고,

해설자는 이 작품이 일반 영화들과는 다른 성향의 작품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서 얘기해준 다음,

도시에 대해서 말을 해주고 있다.

도시의 모습들과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

그리고 그 사람들 중 살인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작품은 시작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매일처럼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살인과 그 해결 과정을 이 작품은 참을성 있게 쫓아가고 있다.

마치 다큐멘터리 작품처럼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생각들을 들려주고 있고,

해설자는 끊임없이 작품에 개입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은 하나의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어떻게 시체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지,

살인 현장을 어떻게 감식하는지 보여주고 있고,

어떻게 살인 사건에 대한 연락이 이뤄지고 있는지,

통보받은 각각의 부서 직원들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

발견자와의 면담과

추정 가능한 살인 동기,

심문과

질문에 대한 증언 및 대답

살해당한 이에 대한 검시와

유력한 용의자 혹은 의심스러운 사람들에 대한 파악과

의심을 당하는 자의 해명과 반박

살인 혹은 살해 동기에 대한 죽은 이에 대한 증언과

범행을 저지를 범죄자를 찾기 위한 증거 수집

슬쩍 들어도 흥미로움과 함께 지루함도 느낄 수 있는 과정을

우리가 익히 들어보았고,

이제는 너무 많아 보았던 그 과정을 이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끈기 있게 보여주고 있다.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듯이 각각의 과정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이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한 이들은

끝없이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듣고,

새로운 질문을 찾는다.

허탕을 치기도 하고,

소득을 얻기도 한다.

온갖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난생 처음 가보는 곳에서 많은 이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때로는 해결 과정이 정체되기도 하고,

그런 순간이 지나가자 갑작스럽게 꼬였던 부분이 순식간에 풀리기도 한다.

증거를 통해서 끊어져 있던 연관관계를 찾기도 하고,

예민한 감각으로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이 긴밀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한다.

때로는 암울함만 갖고 있지만,

때로는 웃음을 머금을 수 있는 순간도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긴장감을 만들기 보다는 여유를 갖고 하나의 범죄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들개’가 갖고 있었던 절박함을 찾기는 힘들다.

아마도 이런 부분을 찾기 힘든 이유는 ‘들개’에서는 작품 속 주인공이 본인의 실수로 시작된 범죄들이었기 때문에 갖게 되는 심리적인 고뇌가 담겨지게 되었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개입되었기 때문에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정서였을 것이다.

반면, ‘네이키드 시티’의 형사들은 수많은 범죄들 중 하나를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수사관의 입장에서 머물고 있게 된다. 말 그대로 그들은 자신들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야기의 구성과 연출의 방향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들개’는 쫓고 쫓기는 절박감으로 무장된 작품이 되어버렸다면,

‘네이키드 시티’는 해부학 적인 시선을 갖고 하나의 범죄와 그 해결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나를 더 추가를 하게 된다면,

당시의 시대 상황과도 약간은 연관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째서 당시의 시대의 풍경을 간과할 수 없느냐면, 두 작품이 담고 있는 시기가 비슷하면서도 두 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은 정 반대였기 때문이다.

한곳은 승전국으로서 모든 것을 손에 쥐었고(미국),

다른 한곳은 패전국으로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었다(일본).

미국도 아직은 도시로의 인구 밀집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도시 환경이 전반적으로 낙후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유 있고 일정부분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 풍요를 더 누리기 위해서 젊은이들이 타락해져가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이제 재건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제대로 무언가가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든 것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이키드 시티’의 형사는 길거리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할 수 있지만,

‘들개’에서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는 배급받은 맥주를 찾아야 한다.

영화가 담고 있는 풍경은 그렇게 정반대의 모습이다.

두 국가 모두 찌는 듯한 더위를 담고 있고,

수용 가능 이상의 인원이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비슷한 장면이 ‘네이키드 시티’에서는 약간의 불편함처럼 느껴지지만,

‘들개’에서는 불쾌함과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담아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작품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타락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다른 작품은 절박감과 좌절감으로 타락해져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하나의 모습에서는 아둔함을 찾게 되고,

다른 모습에서는 터질 것 같은 분노를 찾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영화라는 것이 단순히 환상과 재미만이 아니라

때로는 당시의 시대의 풍경과 사회를 담아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는 않을까?

물론, 그 숨겨진 이면을 보기 위해서는 때로는 비교해야 하고,

때로는 뜯어내고, 분석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피곤한 과정을 통해서 생각보다 하나의 영화에 담겨있는 더 많은 것들을 찾아낼 수 있기도 할 것이다.

내 생각이 어느 정도 옳은 의견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