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Bob Dylan 내한공연
후니캣 2010.04.05 10: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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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수) 20:00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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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에서 침몰한 천안함과 관련된 소식은 기다림 보다는 막막함이,
막막함 보다는 혼란스러움으로 다가오고 있고,
이런 상황을 누구도 속 시원하게 정리를 못해주고 있다는 불만도 갖게 하고 있다.
그리고 덧붙여서 전해진 유명 연예인의 자살 소식은 분위기를 더욱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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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좋지 않은 분위기와
공연 당일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까지
밥 딜런의 첫 번째(그리고 아마도 마지막이 될) 내한 공연의 분위기는 들뜬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워낙 까다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공연을 펼칠지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는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묘한 기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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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 하필이면 가장 애매한 날인 수요일로 공연을 결정했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쩐지 이것도 ‘밥 딜런이니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약간은 들뜬 기분으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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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연령대는 십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워낙 오랜 기간을 활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풍경인 것 같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옷차림은 나와 비슷하게 정장이거나 간편하지 않은 옷차림이 많았었다.
관객이 많기는 했지만 모든 티켓이 판매되지는 않았는지, 공연 당일 날도 현장에서 구입을 할 수 있는 창구가 개설되었었고, 암표를 파는 사람들도 조금은 낮은 가격에 구입하기를 권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생각 이상으로 높은 가격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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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꼭 봐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번은 보고 싶다는 생각에 가게 된 공연이었고,
그렇기 때문인지 조금은 느긋한 기분으로 공연을 즐기게 되었다.
물론, 그 공연을 즐기기 위한 비용은 생각보다 높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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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맥주나 한잔 하면서 천천히 공연장에 입장하느라 공연이 시작한 직후 공연장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동안의 다른 공연들에 비해서 너무 예정된 시간에 시작해서 초반에는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공연 예정 시작 시간은 20:00였고, 실제 공연 시작은 20:07분 정도에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공연은 예정 시간에서 30분 정도 뒤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들 말하는 관례적인 경우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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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적인 이유로 저렴한 티켓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혹은 그렇다고 자평을 해야지 덜 후회할 것 같다. 또한, 티켓을 구입할 때는 마치 지정된 좌석이 있는 것처럼 구입하게 했지만 실제로 공연이 시작하니 구역으로 나누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에 행사 진행에서는 많이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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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별도의 스크린도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밥 딜런의 모습은 말 그대로 멀찍이서 형체나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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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멘트 없이 시종일관 음악을 들려주고 연주하는 것에 집중만 하고 있을 뿐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이는 그의 연주와 노래는 어떻게 본다면 음악에만 집중한 것이고, 다르게 본다면 조금은 성의가 없다는 생각을 갖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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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공연에서 크게 사운드를 문제 삼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공연 사운드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다. 언급하려고 해도 전문지식이 부족해서 뭐라고 말할 처지도 되지 않고...
다만, 기타 사운드와 전자 오르간 그리고 드럼 사운드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기분이었다. 보다 신경을 쓰면 더 괜찮은 사운드였을 것 같은데... 불만스럽게 여겨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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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이 조금 넘는 공연 시간동안 밥 딜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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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멘트도 없었고,
거창한 움직임도 없었다.
간간히 관객석을 보았지만 대부분은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서둘러서 공연을 시작하고,
자신의 공연을 보여준 다음에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었다.
팬들의 환호에 조금은 흐뭇한 기분이었던 것 같지만,
그것에 취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원래부터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늙어서 더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했다.
공연장은 별다른 장식도 없이 단촐했고,
조금은 밋밋한 기분은 들었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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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한 곡들은 최근에 발표되었던 ‘삼부작’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Time Out Of Mind, Love And Theft, Modern Times 앨범들의 수록곡들과 노년 팬들에게도 익숙한 Highway 61 Revisited와 Blonde On Blonde 앨범에서도 많은 곡들을 불러 약간이나마 국내 팬들을 배려한 느낌이 드는 선곡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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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발표한 앨범에 수록된 곡들 위주로 공연을 다니고 있다는 것을 사전에 들었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 선곡된 곡들에 놀라운 기분은 들지 않았지만,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과거 젊은 시절의 기억들만 갖고 그의 공연에 참가한 사람이라면 많은 실망감을 느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곡들이 라이브 공연(그리고 밴드 편성)에 맞게 편곡이 되었고, 짧게 끊어서 부르는 밥 딜런의 보컬 스타일이 기존의 앨범들과 많이 달라져서 알던 노래도 모르는 노래처럼 들렸었다. 처음에 듣다가 ‘무슨 노래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듣다보니 ‘그 노래인가?’ 라는 식으로 귀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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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무대와
약간은 좋지 않은 공연 사운드에 비해서
연주 자체는 아주 훌륭했다.
곡들의 순서도 이전의 대표곡들과 최근 곡들을 번갈아가며 불러서 지나치게 공연 분위기가 늘어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별다른 멘트도 하지 않아서 보다 더 공연의 집중력은 높았었다. 다만... 퇴근을 한 다음에 곧장 공연을 관람한 나와 같은 사람은 간간히 졸게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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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앵콜로 부른 ‘Like A Rolling Stone’이 나오는 순간....
이걸 연주해줄 줄이야... 라는 기분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은 없었다. 거기서 이미 공연은 어떤 평가를 넘어선 순간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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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 공연했을 때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앵콜을 두 번 받아주었을 정도로 나름 팬들을 위한 배려를 했고, 공연이 불친절 했다는 불만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 성의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값어치를 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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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공연이었고,
괜찮은 선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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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면,
그건 꼭 듣고 싶었던 ‘Love Sick’를 연주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들려주리라 생각했는데... 별 수 없다.
부르는 사람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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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음악 멋지게 들려줘서 고마울 뿐이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금처럼 좋은 음악을 좀 더 많이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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