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마이크가 명예로운 군인이 되길 바랬던 퇴역 군인 행크 디어필드는 참전 후 귀환한 아들이 외출 후 부대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한다. 아들이 귀국했다는 소식도 모르고 있던 헌병 수사관 출신 행크는 탈영 처리될 위기에 처한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러 직접 군부대로 향한다. 단순한 마약관련 사건으로 아들의 실종을 처리하려는 군수사대를 의심한 행크는 지역 관할 형사인 에밀리 샌더스와 함께 직접 아들을 찾아 나선다. 전직 수사관 출신답게 집요하게 사건을 추적해 가던 중 아들 마이크와 전쟁에서 함께 했던 전우들을 만난 후 결국 그 곳에서 벌어졌던 일을 알게 되고 그럴수록 군 당국과 지역 경찰과의 갈등은 심해져 간다. 마침내 아들의 죽음의 실체를 알게 된 행크는 그 동안 조국에 충성했던 자신의 가치관에 혼란을 겪게 되고 결국 아들의 죽음 뒤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오랫동안 간직해온 신념을 버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라크 같은 곳에는

영웅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요

거기는 모든 것이 엉망이었어요

 

 

실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엘라의 계곡’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점점 더 악화만 되어가고 있는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이제는 하도 많아서 과연 몇 개의 작품들이 만들어졌는지 궁금하게 될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어졌고, 그 작품들 중에서 (직간접적으로) 전쟁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작품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전쟁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미국은 더 이상 (표면적으로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전쟁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퇴역 군인의 시각으로 이라크 전쟁을 그리고 미군을 바라보고 있는 작품인 ‘엘라의 계곡’은 퇴역한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군인시절의 행동이 몸에 배어있는 행크를 주인공으로 사라진 아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과거와는 다른 현재의 미군의 실태와 전시상황이라는 빌미로 자신들의 또는 내부적인 사건을 적절한 처리 없이 어물쩡 넘어가고 있는 실태에 대해서 고발하고 있다.

일종의 고발영화이기는 한데... 보다가 보면 고발을 하자는 것인지 비호를 하자는 것인지 헷갈리는 작품이었다.

기존에 군대와 관련되어 군사기밀 혹은 사기저하 등을 이유로 은폐된 사고 및 사건을 밝혀낸다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자주 보았었고 접했었다. 한국에서도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접해왔던 내용들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 군대를 가든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런 조금은 익숙한 줄거리를 폴 해기스는 최대한 지루하지 않도록 이끌어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고,

주인공 행크의 전형적인 군인의 모습과 함께 그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이었는지 자주 언급하고 있으면서, 사라져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기한 토미 리 존스와 수잔 서랜든의 연기는 부모의 심정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뛰어난 연기를 보이고 있으며,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토미 리 존스의 연기는 그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지만 여전히 설득력을 갖고 있고 촘촘하게 영화를 구성하게 만들고 있다.

샤를리즈 테론이 조금은 겉돌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이야기 구성에서 겉돌고 있을 뿐이지 본인으로서는 좋은 연기를 여전히 보이고 있다.

쉽게 해결될 것 같은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은 사라져버린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우리는 작품이 시작된 직후부터 그다지 좋은 결말을 보이지 않으리라 알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이라크가 얼마나 엉망이 되어버렸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군이 얼마나 잔혹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혹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망가져가고 있는지 바라보기를 원하고 있(었)을 것이다.

폴 해기스는 자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그들이 어떻게 망가져버리게 되었는지 담아내고 있고, 어느편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뭔가 문제 혹은 실수가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작 ‘크래쉬’도 그렇지만 그의 문제제기는 확실한 입장을 갖고 지적을 하기 보다는 이런 것도 문제일 것 같다는 식으로 논의를 해서 어떤 식으로 본다면 조금은 부드럽게 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이도 저도 아닌 입장과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전작인 ‘크래쉬’는 운이 좋았지만, 아쉽게도 운은 오래가지 않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이 무슨 입장인지도 모르고 있으면서 무슨 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 같다. 미안하지만 인종문제는 그냥 말만 꺼내도 통할지 모르겠지만 전쟁은 그것과는 조금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안정적인 연출과

좋은 연기자들로 인해서 보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뚜렷한 시각도 없이 무거운 주제를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 결말부분에 가서는 자기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은 결말을 제시하고 있다.

이게 문제이기는 한데,

도대체 뭐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자기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이 작품은 이상하게 애국심에 호소하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속에서 자주 ‘보스니아’를 언급하고 있는 것에 의문스러움을 갖고 있었는데, 행크의 아들이 이전에 주둔하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언급되는 것이기는 했지만 어떤 의미에서 미국의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라크 전쟁 초기에는 ‘보스니아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생각으로 이라크 전쟁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개입하지 않게 된다면 더욱 상황이 악화될 것 같기 때문에 우리들은 선의의 목적으로 개입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이라크 전쟁을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후에 깨닫기는 했겠지만, 그 착각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할 것이냐를 떠올린다면 이 작품이 갖고 있는 한심한 시각이 더욱 더 심난하게 다가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이 작품처럼 도대체 뭐가 뭔지도 모르며 그저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을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이라크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고,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죽어나가는 곳은 이라크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는 척! 하면서 결국 아무 것도 모르고 있고, 알고 있는 듯이 말하고만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경고하고 있는 것 같다.

참고 : 영화적 재미를 떠나서 구두와 침대 그리고 옷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아주 세심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다들 자기도 다 안다는 듯이 말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