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화'를 촬영하기 위해 히로시마에 온 프랑스 여배우. '그녀'는 일본인 건축가, '그'와 우연히 만나 이틀간의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히로시마에 머물러 달라는 남자의 청을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그녀는 거절한다. 그녀에겐 고향 느베르에서 자신의 첫사랑인 독일군 병사와의 사랑의 대가로 죽음을 목격하고, 그 사랑의 이름으로 지하실에 감금되어 끔찍한 고통을 겪은 상처가 존재한다. 사랑으로 인한 좌절과 고통, 그리고 절망이라는 이름의 과거가 떠나질 않는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도시, 히로시마에서 그녀의 고통스러웠던 과거가 현실과 중첩되면서 그와 그녀의 침묵의 대화는 이어진다.”

히로시마에서 뭐 본 것 없어요?

히로시마에서 당신은 아무것도 본 것이 없어요,

아무것도

 

 

부둥켜안고 있는 육체의 모습을 보여주며 작품은 시작한다.

남성과 여성의 대화는 끝없이 이어질 것 같고,

그들의 대화는 인상적인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별다른 의미가 있는 대화는 아닌 것 같다.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와 같이 알랭 레네는 공간을 부유하고 있지만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와 같이 떠다니고 있지는 않고 있다. ‘히로시마 내 사랑’에서는 떠다니기 보다는 정해진 길을 걸어가듯이... 마치 박물관에서 혹은 기념관에서 전시물을 보듯이 천천히 눈여겨보며 공간을 지나치고 있다.

초반에 보여주는 원폭 이후의 모습들과

참혹한 사상자들의 혹은 생존자들의 모습들은 작품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과는 관계없이 ‘당신에게 히로시마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는 듯이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는 무언가 솔직하게 얘기를 하기 보다는 우회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고 나와 같은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 작품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기보다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곤혹스러움만 느낄 것 같다.

이 작품이 단순히 사랑 이야기라고 말을 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누구나 말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사랑 이야기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까?

그것에 대해서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곤혹스러움만이 앞서고 있을 뿐이다.

남성과 여성은 기억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고,

다가오는 이별을 예감하며 보다 함께하려고 애쓴다.

남성은 히로시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여성에게 말하고 있고,

여성은 2차 세계 대전 시절 독일 병사와 나눴던 사랑을 추억하며 그때 느꼈던 사랑과 이후에 경험한 고통에 대해서 어렵게 얘기를 하고 있다.

많은 것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무엇을 깨닫고 느낄 수 있는지 전혀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한번 보고 잊혀질 것 같은 그런 작품이다.

대단한 것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어려워서는...

모르겠다는 말만 입에서 맴돌게 될 것 같다.

알랭 레네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알려고 만들기 보다는 모르게 하려고 만드는 사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