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출신의 감독 칼 드라이어가 프랑스를 구하고 화형에 처해진 소녀 잔 다르크의 이야기의 재판 과정에 초점을 맞춘 무성영화. 이미지 강화를 위해 쓰여진 클로즈업 쇼트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로,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까지 담아낸 클로즈업과 이미지화가 큰 충격을 주었다. 세상에서 영화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로 종교적 주제를 리얼리즘과 형이상학과의 과제로 풀어가고 있다. 드레이어 무성영화의 대표작이면서 세계영화사의 기념비적인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오리지널 필름이 손실되었으나, 1980년대에 덴마크 오리지널 필름이 복원되었다. 이 작품을 영화화함에 있어 드레이어는 소설보다는 고문서를 중시하여 당시의 재판 기록을 연구하여 이를 근거로 했다고 한다.”

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35878572

대답하라!

너는 주의 은총 속에 있는가?

 

 

은총 속에 있다면, 하느님께선

저에게 계속 은총을 내려주실 것이며

은총 속에 있지 않다면

하느님께선 제게 은총을 주실 거예요!

해마다

시끄럽고,

의미 없는 연말을 보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또다시 추운 날씨에 외출을 해서 무의미한 덕담과 알고 싶지도 않은 안부를 묻거나 대답하는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집에 쳐박혀 혼자 맥주나 홀짝거리며 이런 작품을 보면서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람만나기 싫어서 집에서 이런 작품을 보았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맺었던 관계도 쫑내자고 말하고 싶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이런 작품을 보는 것이 말 같지도 않은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더 유익한 것 같다.

‘잔다르크의 수난’은 처음 보았을 때나

다시 한번 보게 되었을 때나 여전히 강렬하고 보는 이를 압도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영화들을 보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처럼 보는 순간 압도당하는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걸작은 어떤 작품이라고 설명하지는 못할지라도 그게 어떤 작품인지는 느낄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영화 자체도 뛰어나지만,

영화와 지나칠 정도로 공명하고 있는 음악은 영화와 결합하여 더욱 강렬함을 선사하고 있다.

작품은 잔 다르크의 재판에 대해서 짧은 설명을 해준 다음에 곧장 카메라를 통해서 당시에 있었을 재판정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두려움에 빠져 있는 잔 다르크의 모습과

거만하고 의심으로 가득한 종교재판관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젊고 신념으로 가득한 잔 다르크의 모습과 의심과 욕심, 늙고 추한 모습의 종교재판관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종교재판관의 질문에는 의심과 조롱으로 가득하고,

그런 질문에 잔 다르크는 자신의 신념에 따른 대답을 하고 있다.

냉소와 야유

그리고 그런 반응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대응하는 잔 다르크의 대답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고, 이 분위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경건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공포영화와 같은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숭고함이 가득한 잔 다르크의 표정과 눈빛은

교만함과 냉소로 가득한 종교재판관들의 모습과 대조적이며,

칼 드레이어는 이런 대조적인 모습을 최대한 배우들을 근접촬영해서 보다 더 극적으로 충돌시키고 있다.

모욕적인 질문들에도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하는 잔 다르크의 모습에 종교재판관들은 격분하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그녀를 추락시키기 위해서 온갖 술수를 부리고, 그들의 의도는 우리도 잘 알고 있듯이 그녀를 화형에 처하도록 만든다.

작품은 의심으로 가득한 질문들과 그 질문들에 대한 정직한 대답으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긴장감을 잘 살려내고 있고, 그런 문답이 진행되는 모습을 근접촬영하여 보다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곁들여진 음악은 더욱 강렬하게 느끼도록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압도한다고 해야 할까?

사람들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걸작들이 있다.

어떤 것은 동의하게 되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동의하지 않게 된다.

걸작의 기준은 없고,

걸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특별히 진지하게 논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작품을 보지 않고 걸작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위대하다는 말만 나오지 무엇이 어떻게 위대한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게 된다.

종교와 구원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억압

신념과 그것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는 모습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주지 못하고 좌절하는 모습들...

어떤 것이 이 작품을 위대하게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한번은 보라고 권하게 된다.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만 말하게 된다.

내가 경험한 무성영화들 중 이 작품처럼 강렬한 작품은 보지 못했다.

단지 무성영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본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