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친절한 은행 대출 상담원 크리스틴.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다정한 남자친구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모자랄 것 없는 삶을 살던 그녀는 어느 날 모두가 꺼려하는 한 노파의 대출 상담을 맡게 된다. 크리스틴은 집을 잃게 되는 불쌍한 처지의 노파에게 동정심이 일지만, 부지점장으로의 승진을 위해 노파의 간곡한 부탁을 냉정히 거절한다. 자신의 야욕을 위해 선택한 한 순간의 결정이 그녀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으리라는 것은 모른 채!

모욕을 당한 노파는 이에 대한 복수로 크리스틴에게 악마 중의 악마인 라미아의 저주를 퍼붓고, 그날부터 그녀는 죽음보다 더 지독한 지옥의 3일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피해갈 수 없는 최후의 날이 가까워질수록 크리스틴은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맞서는데, 과연 그녀는 노파의 원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이야 ‘스파이더 맨’으로 대중들에게도 흥행감독으로 알려진 샘 레이미이지만,

이전에는 특정 골수팬들만을 거느렸던 유명한 ‘공포영화’ 감독이었다.

아쉽게도 그의 그 시절들의 작품들을 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기는 하지만 그쪽에서도 꽤 날렸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스파이더 맨’ 시리즈를 일단락 지은 다음 그는 자신의 장기를 다시금 살리는 작품인 이 작품을 들고 우리들에게 찾아왔다. 그의 이전 공포영화들을 감상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이전 작품들과 비교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서 어떤 변화들을 보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꽤 재미나다.

금발 미녀의 고생담인 이 작품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는 작품이었지만(공포영화에 새로울 것이 뭐 있겠나?), 때로는 소리치고, 때로는 허탈하게 웃도록 만들면서 공포영화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안정적이고, 지저분하며, 만족스러운 작품이라고 하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이야기 진행에서는 새로울 것은 없다.

우연한 실수로 인해서 저주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서 온갖 고생을 하게 된다는 내용에서 새로운 것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다 요즘 세상에 맞는 설정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게 큰 의미를 갖는다고는 볼 수 없다.

반면에 연출에서는 최근에 경험한 공포영화들 중에서 긴장감을 가장 잘 살려내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고전적인 방식이지만 인물들의 표정들과 카메라 그리고 사운드를 통해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폭발하도록 하고 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 칭찬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말 그대로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공포가 공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머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짜릿함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오랜만에 충분히 긴장감과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는 점도 좋았지만 공포영화가 자주 갖고 있는 현대사회에 대한 은유와 비판도 충분히 생각할만한 것이었기에 더욱 만족스러웠다.

‘드래그 미 투 헬’은 이상한 방식으로 현대 ‘금융’자본주의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다.

이상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비판 혹은 공격의 대상이 체제가 아니라 개인에게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급을 위해서 매몰차게 고객에게 대응하고,

그 행동을 통해서 행운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하지만 바로 그 행동을 통해서 이 작품의 주인공 크리스틴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녀의 행동은 하나의 시스템(금융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전형적인 경우이고 이런 경험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녀가 처한 상황은 꽤나 극단적이다. 그녀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말이다.

또한 크리스틴에 의해서 자신의 소중한 집을 빼앗기게 되는 가누시 부인은 자신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집을 잃게 되어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알겠지만 그 슬픔과 분노를 해소할 대상이 하나의 사회 체제가 아니라 크리스틴을 선택함으로써 이 작품은 또다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누시 부인은 겨냥해야 할 대상을 오인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이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이유는,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그렇게 되어버리게 된 이유는 결국 하나의 시스템에 의해서 그런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일정부분 이 작품은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가누시 부인이 그렇게 분노하게 된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도 한몫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듯이 직설적으로 자신이 ‘모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재산 즉, 경제적인 궁핍함이 하나의 처지나 위치가 정해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대우도 받기 힘든 위치가 되어버리는 자본주의 사회체제에 대한 비판으로도 은유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순전히 영화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것은

그런 불만과 분노를 발산시키는 방법으로 ‘저주’라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크리스틴으로 대표되는 하나의 체제에 대해서 몰락을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행하는 사람이 자본주의적인 삶에서 최대한 벗어나 있는 집시라는 것도 꽤나 의미심장하다.

위와 같이 적극적으로 이 작품을 해석한다면 저런 결론들을 내릴 수 있지만, 아쉽게도 저런 입장은 작품을 본다기 보다는 작품을 자신에 맞게 재배치를 했을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 근본적인 비판을 하기 보다는 한명의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이 작품은 사회에 대한 문제를 개인의 행동에 대한 문제로 축소시켜 버린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품은 말 그대로 ‘왜 애꿎은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라는 크리스틴 개인에게는 비극적이고 관객의 입장에서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 작품은 하나의 사회비판 작품의 시각을 은근히 품고 있으면서도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들로 축소하고 은폐시켜버린다.

즉, 공포영화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을 그들에게만 발생하게 된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무서움을 느끼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 이상한 방식의 수건돌리기와 같은 단추를 둘러싼 모험이 이어지고 개인적인 원한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이끌어가게 되고 정리가 된다.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왜곡해버렸을 때,

우리는 그것이 하나의 비판적 시각에서 불안과 무서움을 안겨주는 시각으로 변화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꽤나 독특한 작품이다.

이 왜곡이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는 각자의 몫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