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무차별적으로 유대인을 학살하던 2차 세계 대전 시기, 나치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태에 분개한 유대인 출신의 미군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 는 ‘당한 만큼 돌려준다!’는 강렬한 신념으로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아 ‘개떼들’이라는 조직을 만든다. 각각의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조직원들을 모은 알도 레인은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 위장 잠입해 당한 것에 몇 배에 달하는 피의 복수극을 시작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타란티노의 작품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저수지의 개들’도

‘펄프 픽션’도

‘킬 빌’도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어쩐지 뭔가 흡족하지는 않은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게 되었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어버렸다.

초기 타란티노의 첫 작품은 평론가 정성일의 말대로 영화가 끝난 다음에 관한 작품이었다. 다른 작품들이 어떻게 은행을 털지에 대해서 집중할 때, 그는 모든 것이 종료한 다음에 벌어지는 잔혹극을 만들었었다.

‘저수지의 개들’ 이후에는 그가 그동안 즐겨 보았던 작품들을 비틀고 변주하는 작품들을 만들었는데, ‘바스터즈’도 기존의 비틀려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영화 장르의 영화들을 재치 있게 재현하고 변주시키고 있다.

이런 그의 작품에 대해서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호감을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애매한 느낌을 갖고 있기에 항상 판단을 미루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바스터즈’는 그의 첫 번째 전쟁영화이고,

‘킬 빌’이나 기타 작품들에서 그가 즐겨 사용했듯이 각각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상영시간은 생각보다 길지만 전체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고,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길게 느껴지지 않고 있다.

작품의 시작은 느슨한 느낌이지만 조금씩 긴장감을 조성하는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인 한스 란다 대령의 냉철한 모습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는 1장은 말 그대로 인상적이고, 마지막까지 그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다.

각각의 단락들이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도 유기적인 구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짜릿한 기분을 느끼며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완성도를 잃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반대로 재기발랄함과 삐딱함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일까? 마지막 장면들에서 그의 여전한 삐딱함이 발휘되면서 뭔가 앞의 장면들과는 약간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특정한 주인공을 내세우기 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지루한 느낌도 없고, 앞에서도 계속 얘기를 했지만 탁월한 방식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점증되는 불안감을 마음껏 즐기면 될 것 같다.

그는 영리하게 작품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그는 인간애 따위는 특별히 관심 없어 하고 있고,

유혈이 낭자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그에게는 있어서 죽고 죽이는 것은 큰 고민거리가 아니다.

그런 고민은 순식간에 결론내리고, 위스키 한잔을 마시며 실행한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에서 그는 말 그대로 질펀한 농담을 던진다.

그리고 그 농담은 그동안 사람들이 상상했었던 것을 말 그대로 ‘제대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상하게 마지막 영화관에서 벌어지는 난사 장면들이 농담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항상 총질로 수다를 떠는 타란티노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그 장면들이 찜찜한 기분이다.

히틀러와 괴벨스를 난사시키는 것,

특히나 히틀러의 얼굴에 총구멍으로 걸레조각처럼 되어버리는 장면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독일군의 날카로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란다 대령의 이마에 나치 문양 자국을 내는 장면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복수심을 갖고 상상했던 장면들이었을 것이고,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아쉬웠을 것이다.

타란티노는 사람들이 은근히 마음에 담아두었던 바로 그 생각들을 통쾌하다 못해서 뭔가 숨겼던 것을 들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확하게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장면들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걸 쉽게 잊고 싶지는 않은 것을 보니 꽤나 미심쩍은 느낌인 것 같다.

이런 느낌을 제외하고는 분명 ‘바스터즈’는 지금까지의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멋스러운 작품일 것이고, 몇몇 장면에서는 그의 이전 작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중후함을 느낌도 만들고 있을 정도니 앞으로의 그의 행보도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 같다.

그의 장난기가 조금은 자제되고 있는 작품이 되어버렸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다 멋진 작품이 된 것 같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예전의 총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도 나이를 먹기 마련이고,

그의 작품도 조금은 성숙하게 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작품이 꽤 괜찮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