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을 가진 두 명의 게리는 사막으로 하이킹 탐험에 나선다. 그것에서 갑작스럽게 폭풍을 만나는데”

이 황량한 작품을 감상한 다음에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여행을 떠나면 되도록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떠나야 하지 엄하게 사람 없는 곳 찾다가는 까딱하면 죽기 좋다는 결론?

황량한 공간 속에서 두명의 게리가 걸음을 옮기기만 하고 있는 ‘게리’는 어떻게 본다면 그 공간 속에서 그들이 머무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만을 담아두고 있는 알쏭달쏭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첫 장면의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의 모습과

아련한 피아노와 현악기의 사운드

무표정한 두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작품은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은 마지막 장면과 대구를 이루고 있다.

어떤 대구인지도 알듯하면서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이 작품은 ‘왜 길을 잃게 되었는가?’ 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길을 잃고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라는 전제를 깔고 진행하는 작품이다.

아니면 그들이 길을 잃은 곳의 황량한 풍경을 담아내기 위한 작품이거나.

길을 잃어 잠도 제대로 못자고,

물도 마시지 못하면서,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고독을 경험하면서 그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서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주장하고 논쟁한다.

그리고 다시금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 상황이라면 크게 다툴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에서 그들은 크게 다투지는 않는다. 마지막에 잠시 그럴 듯한 분위기가 나오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다.

끝없이 걷고,

무표정하게 바라보면서

작품은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려주지 않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찾도록 만들기는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혼란스러움으로 인해서 환각을 경험한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의도가 있었던 장면인지 모를 장면들이 잠시 보여주지만 그 장면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그저 말없이 걷고 있을 뿐인 작품이고,

실제로도 대부분의 장면들이 그런 장면인 이 작품에 대해서

어떤 작품이라고 말한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무턱대고 이상한 곳으로 여행가지 말라고 해야 할까?

구스 반 산트의 일련의 ‘침묵’ 작품들은 정돈된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략적인 윤곽만을 잡고 순식간에 만들어버린 느낌을 갖기 때문인지 몰라도 조금은 난해한 느낌을 갖게 되지만 그게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다.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생각해볼만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