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범죄가 최고조에 달했던 1930년대 경제 공황기. 불황의 원인으로 지탄받는 은행 돈만 털어 국민들에겐 ‘영웅’으로 추앙 받는 갱스터 존 딜린저(조니 뎁)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FBI가 쫓는 공공의 적 1호. 하지만 FBI의 자신만만한 선포에도 불구하고 존 딜린저는 오히려 더욱 대담하고 신출귀몰한 솜씨로 은행을 털며 FBI 수사력을 비웃는다. 이에 FBI는 공격적인 수사력으로 100% 검거율을 자랑하는 일급 수사관 멜빈 퍼비스(크리스찬 베일)를 영입해 존 딜린저를 향한 대대적인 검거를 시작하는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4372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4374

문 : HD 카메라로 그 시기를 촬영할 때 도전해보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

답 : ‘동시대’(contemporary)라는 말을 써야 할 것이다. 그게 정확히 내가 관객과 맺고자한 관계다. 가령 나는 1933년을 ‘보기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1933년에 ‘있기를’ 원했 다. 관객도 그렇게 느끼기를 원했다. “난 지금 1933년에 있어. 그래 이건 정말이야”라 는 식으로 말이다.

넣어 두쇼

당신 돈이 아니라 은행 털러 왔으니까

잔뜩 찡그린 표정의 존 딜린저의 모습과

그 표정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려고 하고 있는 카메라의 시선,

그리고 마이클 만의 말대로 그 시대에 ‘있도록’ 만들려고 적나라할 정도로 근접촬영을 하고 실제로 그들이 있었던 바로 그곳에서 촬영을 했고, HD 카메라를 사용해서 보다 더 직접적으로 느끼도록 만들고 있는 ‘퍼블릭 에너미’는 촬영 방식으로만 보자면 디지털로 작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작품이면서도 마이클 만 특유의 이야기 진행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의도와 시도는 아주 만족스럽게 만들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의 의도가 어떤 의도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더 많은 것을 의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작품은 그런 의도를 명확하게 살려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다 직선적이고 명쾌한 작품이었던 전작 ‘마이애미 바이스’가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고 단순한 구성이어서 더 많은 것을 찾아내도록 만들었다면, ‘퍼블릭 에너미’는 보다 더 다양하기 때문에 애매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자본주의 최악의 시기인 대공황 시기

그리고 자본주의의 핵심이며 근간이 되는 은행만을 털고 있는 존 딜린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고 이후에는 더 싫어지게 만드는 에드거 후버

존 딜린저에게 이전의 화려한 방식에서 보다 교묘한 방식의 범죄에 대해서 말해주고 그에게 더 이상 함께하려고 하지 말아 달라는 범죄조직

후버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멜빈 퍼비스

존 딜린저가 죽을 때가지 사랑한 여인이며, 그의 마지막 말을 전해듣는 빌리

이 작품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것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동안은 간간히 귀를 자극하는 기관총 소리보다 인물들이 나지막하게 말하는 대사들과 곤혹스러운 표정들이 더 큰 울림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이 작품을 ‘히트’와 비교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런 비교는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존과 멜빈 둘 모두 시대에 뒤쳐져가는 사람들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둘 다 새로운 방식의 사업을 진행하는 범죄조직과 언론 플레이에 능수능란한 에드거 후버에게 버림을 받아가고 있다는 것으로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아도 둘은 서로에게 동류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둘이 감옥에서 처음으로 대면하는 순간의 모습들과 대사들은 그들이 전혀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이는 어느정도 납득할 것이다.

그리고 존 딜린저는 멜빈 퍼비스처럼 용의주도한 인물은 아니다.

존 딜린저는 보다 구식의 인간이고,

솔직한 사람이다.

변해버린 세상에 대해서 이해하지를 못하는 사람이고,

자신이 정한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고지식한 사람이겠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철저하게 자신의 규칙으로만 살아가는 사람이다.

항상 그렇듯이 그런 사람은 생각보다 일찍 몰락하기 마련이다.

조니, 내 시대는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때가 되면 자네 시대도 끝나는 거지

아마도 이 작품은 어쩌면 자신의 시대가 끝나가는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그것 무시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의도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그러기에는 뭔가 부족한 작품이었다.

마이클 만 특유의 직선적인 느낌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고,

이야기를 보다 복잡하게 만들게 하는 심리적인 부분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그의 작품에서 항상 보여주었던 각각의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이상하게도 이 작품에서는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한 여성에게 받치는 순정이라니...

조니 뎁과는 꽤 그럴싸하게 어울리기는 하지만 마이클 만과 순정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차디찬 작품이고,

그 건조함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많은 부분이 아쉬움을 느끼게 하고 있다.

로맨틱한 대사를 말하는 장면들보다,

깐죽거리는 인간의 뒤통수를 날리고 코트를 던져주는 장면이 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렇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딜린저가 죽음을 맞게 되기 직전에 시카고 경찰서에서 자신을 쫓고 있는 이들의 사무실에서 벽에 붙여진 자신과 관련된 자료들을 바라보며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분명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게 된다.

마이클 만의 조금은 부족한 작품이었지만...

그럼에도 괜찮았다고 말하게 된다.

조니 뎁의 불편한 느낌의 표정들과

빌리와의 로맨스

그리고 HD 영상으로 담아낸 1930년대의 풍경은 분명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장면들일테니까.

요즘에는 마초라는 말을 너무 쉽게 말하는 것 같은데,

마이클 만이야 말로 마초라는 말과 가장 어울리는 남자일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남성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그는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