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방황하는 인간이 있다.
앙상한 미루나무 숲을 더듬거리는
지친 길손이…!

주인 없는 둥지에 거미줄은 내리고
말라버린 오동나무가지에 서리는 차다.

텅빈 가슴에 시퍼렇게 안겨든
불 의 갈망이 정겹구나.

통곡하고픈 폐부로 조여드는 어둠은
이리도 낯설고
이름마저 잃어버린 차디찬 영혼 위에
빗방울을 뿌린다.

너로 인해 아름다웠던 내 이름 석자
이제 모든 것은 꿈이 없다 여기노라
　　　　　
　　　　　　　　　　　　　　　　　김 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