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스물일곱 여자입니다

제 기억엔 엄마가없어요 할머니와 살았고 아버지는 자식셋을 키우느라 늘 곁에없었습니다

초등학교입학도 고모와 함께했고 제대로 관리받지못해 다 썩어버린 치아치료는 담임선생님과 함께했습니다

저희오빠와 저는 어릴적 관리받지못해 늘 머리가 길었고 잘씻지못해 왕따당했던 적도 있었어요

혼자 알아서 할 나이가될즈음엔 씻고다녔지만 그전엔 우스갯소리로 거지새끼들인줄 알았다고들 하셨습니다 동네분들이

오빠가 둘인데 큰오빠랑은 엄마가달라요

큰오빠의 어머니가 저희엄마때문에 집을 나가신거라고 들어서 할머니가 저와 작은오빠를 정말 너무너무싫어하셨거든요

그래서 밥도항상 큰오빠가 먹고난다음 먹던상에 주시고 씻겨주는것도 싫어하시고 데리고다니시지도않으셨어요 많이맞기도했네요 빗자루 전화기는 기본 홍두깨같이생긴 빨래방망이 아시죠?

하루는 그거로맞아서 등짝에 방지턱생긴적도있었네요

유일하게 딸인저는 엄마를많이닮았다며 암에 걸리시기전까지 쭉 미워하셨지요 일요일에 자고있는 저에게 오빠먹은 설거지를 하지않았다며 설거지통채로 부어버리기도하시구요

무슨년무슨년은 기본에 지엄마닮아서 사내새끼들한테 가랑이벌리고다닐년이라던지 성적인 욕설도 자라는 내내 들어왔었네요 그것도 순화해서 쓴거예요..ㅎㅎ..

미워하셨던것만 나열하면 책한권 쓸수있을것같아요

아버지는 그런모습을보고 할머니랑 많이다투기도하셨지만 무능한 자기때문이라며 늘 힘들어하셨어요 그리고 술에취해 괴로워하다가 너한테는 할머니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엄마야...라고 내편들수없어서 미안하다고 우시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큰다음에는 할머니가 이랬다고 말도못하게되었지요

저는 그런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고등학교정도 되었을때는 그렇게힘들면 고아원같은데다 버려버리지 왜 끝까지 거둬키워서 낳아준 엄마도 버린 나같은거때문에 낳아주신 할머니랑 싸우냐는 생각도들었어요

그얘길꺼내면 마음아파할게 분명하기에 입밖으로 꺼내진않았지만요..

집에있으면 멘탈이 터져버릴것같아 무작정 집을나와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래봤자 미성년자 알바였지만 행복했어요

욕먹지않아도되고 밥먹으려고 밥솥락을 풀면 그소리에 쳐먹고뒤져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소리도안듣고 눈치안보고 밥먹는게 너무좋았어요

그렇게 힘들고 아팠던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날 사랑해주고 위해주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늘 웃으면서 살아요 이번주말 아이도 세상에 나옵니다

그래서 그런걸까요 날 버린 엄마가 너무 용서가안됩니다

내새끼를 가져보니 잘못되면 어쩔까 내가실수해서 아이가아프면 어쩌나 신생아때는 아픈것도 울음이고 짜증도울음인데 그것도 몰라서 병 키우면어쩌나 하루종일 걱정인데

생떼같은 자식떼어놓고 잘사는 엄마가 너무너무싫습니다

유년시절이 힘들고외로운 상처투성이라 성인되고나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섭식장애가 와서 6개월을 입원해서 링거로만 연명했었지요 물도못마시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땐 솔직히 엄마에대한 미움도크지않았던것같아요 의사는 무슨생각이었는지 친엄마를 한번찾아보자 하더라구요 그때 처음으로 찾아봤습니다

보자마자 절붙잡고 엉엉우는데 저는 이상하게 눈물이 안나더군요 어렸을적 그렇게 보고싶어한 엄마인데... 오히려 너무냉담해서 죄송한 마음도 잠깐들었었네요

아..엄마라고 부르기도싫으네요

그 아줌마 아버지랑 헤어지고 새시집가서 자식도 낳았는데 그 자식들이 아직 어려서 상처주고싶지않다며 제 얘기를 하지못했다 라고하더군요

그래 그애들은 무슨죄냐 이제 중딩고딩 딱 사춘기인데 하고 그러시라했어요 근데 그것도 지나고보니

나도 그아줌마 배아파낳은 자식인데 하면서 기가차더라구요...

적어도 걔네는 사춘기때 부모의도움이절실할때 부모랑 같이살잖아요 내 탄생자체를 저주하는 할머니도없었을거고요

지금은 연락도안하네요 임신했을때 이모한테 슬쩍 임신했단얘기 했었는데 연락없는걸보면 별생각없나봐요 이런사람이 친정엄마라는게 나를 낳아준 생물학적 어머니라는게 소름끼치게 싫고 용서할수없네요

그러면서도 그 더러운피가 내 아이한테까지 뻗쳐 내가 아이를 잘 못돌보거나 윽박지르거나 하면어떻게하나 남들처럼 금이야옥이야 키우지못하고 무의식적으로 나만생각하면 어떻게하나 늘 고민합니다

그런생각만해도 너무두렵고 무섭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화가납니다 힘들었던 어린시절엔 그래도 저런시어머니밑에서 어떻게 사나 자식까지 버리고갈정도면 엄청 힘들었겠다고 이해하려고했는데 왜 다 지난 지금에와서야 이렇게 분통이 터지고 화가치미는지 모르겠어요...

저 너무힘드네요 출산이 몇일안남았는데 정말 너무.... 별의별생각이다들고요 가끔씩 예전에 우울증겪을때 느꼈던 무기력함과 자살충동을 느낍니다

그러다가도 뱃속의 아이도 느낄까 얼른 아니라고 난 널 사랑한다고 얘기하는데 그런생각하는 엄마라서 너무미안하네요..

보고배우지못한 엄마라는 자리가 너무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정말이지 너무 힘들고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