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초가을쯤이였나? 친구한테 여자를 소개받았어. 나보다 한 살 많은 고3 누나였는데 취미도 그렇고 대부분 잘 맞는편이라 금방 친해지고 좋아하게 되서 사귀게 되었지. 그 전까진 연애를 짧게짧게 해봐서 그렇게 정상적인 연애를 해본건 처음이었고 나한테 정말 헌신적이고 과분한 여자였지. 사랑을 받는다는게 그런건지 그때는 잘 몰랐으니깐...

한번은 그런적도 있었음. 내가 아파서 누워있었는데 우리집까지 죽하고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오렌지를 사들고 문병하러 온적도 있을정도로 착하고 순진한 여자였었음. 하지만 처음이어서 그랬을까 나는 모든게 서툴렀고 연애라는걸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잘 몰랐고 아직 어렸었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좀 더 배려하고 신경써주고 챙겨줬다면 그렇게 헤어지진 않았을지도 몰라. 사실 헤어질때 내가 못된짓을 했거든....

결국 다음해가 오고 봄이 오자 우린 이별을 맞이했고 그 이별을 핑계로 나는 담배를 배웠음. 사실 계속 연락해보고 싶었지만.. 내가 잘못한게 있어서 용서받질 못할것 같아서.. 그런 생각때문에 그냥 참고 지내다 보니 어느새 그 누나도 기억속에서도 잊혀져 갔음.

운명이란게 이런걸까 잘 모르겠다. 사실 운명같은거 믿어보지도 않고 지금도 안믿지만 그당시엔 약간은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20살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었음. 그리고 그 해 겨울쯤 홍대에 갈 일이 있었는데 길거리를 걷고 있다가 왠지 익숙한 얼굴이랑 눈이 마주쳤다. 설마 했지만 약속이 있었기때문에 그냥 지나쳤지만 술을 먹으면서도 계속 그 얼굴만 기억에 맴돌았었다.

몇일이 지나고 용기를 내어 연락해봤다. 혹시 몇일전에 홍대에서 나 보지 못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누나도 날 봤단다. 그래서 안부를 묻고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 너무 설레였다. 만나기로 한 날 오후 수업이 있었지만 그냥 제끼고 누나를 만나러 갔다. 우리가 다시 만났던 장소는 우리가 처음 사귈때 첫키스를 했던 룸카페였고 1년 반만에 다시 만난 누나는 사귈때 내가 선물해줬던 목도리를 하고 나왔었다.

우리가 자주 가던 고기집은 없어지고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둘다 여전히 그때의 감정을 잊지 않고 가지고 있어서 그랬을까?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됬고 여전히 그녀는 나에게 헌신적이었고 잘해줬었다. 그 당시에 누나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데이트를 할 때 마다 나한테 담배값 아끼라고 담배를 한갑씩 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어렸고 놀기 좋아하는 어린애였기 때문이었을까? 결국 다음해 봄 우린 다시 이별을 맞이하게 됬고 나는 2달 후 군대를 가게 되면서 그렇게 첫사랑은 끝이 났다.

요즘 외로워서 그런지 옛날 얘기가 하고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