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에선 작지만 조용히 관객들의 발길이 그러모으는 다양성 영화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윤여정 주연의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와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감독 최승호)이 각각 10만, 9만 관객을 돌파하며 저예산 영화의 힘을 입증해 보였다. 

두 영화는 장르는 다르지만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로서 영화의 제기능을 보여주며 많은 관객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 소영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6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일째인 24일까지 10만3526명의 관객을 모았다. 1만명만 동원해도 '흥행'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다양성 영화계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린 셈.

'죽여주는 여자'는 앞서 '제20회 몬트리올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17회 아시아티카영화제' 작품상까지 거머쥐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재용 감독의 통찰력과 연출력, 그리고 배우 윤여정의 호연이 어우러져 관객과 평단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특히 40대 이상 중장년층 및 노년층 관객들 사이에 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극장가에 새로운 이슈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 "내 부모에 대해 그리고 나의 미래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윤여정 배우의 연기력도 좋았고, 깊게 생각지 않았던 나이듦과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등 호평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고발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은 개봉 11일 만에 누적 관객 수 9만명을 돌파하는 등 '죽여주는 여자'보다도 빠른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다큐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흥행으로, SNS를 통해 '전국민이 꼭 봐야 할 영화'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영화에 대한 관심은 정치계로 확산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표창원, 최민희, 박주민, 김광진, 정봉주 등 전현직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단체관람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총 62회의 대규모 시사회가 열리기도 했다.

'자백'은 한국의 액션 저널리스트 최승호 감독이 한국, 중국, 일본, 태국 등 4개국을 넘나들며 40개월간의 추적 끝에 드러난 '스파이 조작 사건'의 실체를 담은 미스터리 액션 추적극으로, 지난 13일 개봉해 현재 상영 중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