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가슴을 열면 1
쵸콜래 2024.04.07 03:23:30
조회 337 댓글 1 신고

 슬프도록 날씨가 좋은 날이면

 생각나는 얼굴이고 싶다

 볼만한 연극이 나왔다는 말을 들으면

 같이 가서 보고픈 사람으로

 좋은 음악 감상실 개업 화환 앞에서

 공중전화를 하여 불러낼 수 있는

 그런 이름으로 간직되고 싶다

 

 늦은 비가 땅을 파고 있는 새벽에도

 선뜻 다이얼을 돌릴 수 있는

 전화번호의 주인이고 싶고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고

 특별히 무엇 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아는 이들에게

 기억되기보다는

 무던하고 포근한 솜이불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같이 다니면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걸음걸이로

 같이 걸으면

 앞서거나 뒤로 처지지 않을 만큼

 보폭을 갖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릴 수 있는

 무난한 색상을 가진 아이라고

 이름 지어 불리고 싶고

 그런 색을 가지고도 가진 것을 모르는

 아름다움 또한 지니고 싶다

 

 내가 알만한 분의

 결혼식이나 회갑연에 초대받아

 축복의 대열에 서 있는

 영광을 얻는 것도 좋으나

 산동네에 사는 나를 아는

 어느 이웃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받고

 서슴없이 달려가

 슬픔을 같이 하며

 밤새 앉아 있을 수 있는

 나눗셈의 인생을 살고 싶다

 

 똑바르고 경우를 갖춘 말들만 담는

 빛나는 그릇이 되기보다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마음이라도

 서슴지 않고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붉은 리트머스 종이 같은 친구이고 싶고

 

 발전을 향하여

 과속으로 질주하는 나라 뒤에서

 아직도 흙먼지를 쏘이며

 썩은 나무뿌리처럼 남아 있고

 군데군데 돌멩이가 박혀있는 길에

 연탄을 싣고 나아가는 손수레 바퀴 같은

 역할을 맡은 배우가 되고 싶다

 

 때로는 엄지손가락 손톱 밑을 파고 들어가

 체증을 뚫는 바늘처럼

 피 같은 땀 피 같은 눈물에

 흠씬 나를 적실 수 있는

 날카롭고 곧은 친구 몇 명을 지닌

 행복한 욥이 되고 싶다

 

 아니 단 한 명이라도 좋겠다

 그가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훨씬 어리다 해도 좋다

 엘리후 같은 지혜로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올바른 사상과 가치관을 가지고

 충언할 수 있는

 성숙한 이성을 지녔다면

 그보다 더 좋은 벗이 어디에 또 있을까

 

 변화하는 세상에

 조금씩 퇴색되어 가는 스케치북 위에서

 쉬지 않고 계속 굴러가는

 손수레 바퀴를 닮은 삶으로

 그려지기 위해 노력하며

 바퀴의 가장 안쪽에서

 어떠한 속도에도 움직일 줄 모르고

 결코 부동의 자세로 있는

 바퀴의 축을 닮은 믿음 하나

 가슴에 간직하고서

 열심히 살아가는 욥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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