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한글 공부
뚜르 2023.03.02 06: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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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두 분의 어머님이 계십니다.
저희 형제 셋을 낳아주시고
10여 년 동안 키워주신 한 분의 어머니는
몇 년에 걸쳐 암 투병을 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어머니가 오셨는데
저는 반항은 기본이고, 거친 말도 쏟아냈습니다.
가시 돋친 말만 골라서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하시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은 두 분 사이에 새 자녀를 갖고 싶었지만,
새어머니가 지금 키우는 삼 형제를 위해서라도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두 분의 대화를 숨죽여 들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반성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새 어머님께 너무너무 죄송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마나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셨을지 마음이 아려왔고
저의 지난 행동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는 결혼을 하고,
어느덧 두 자녀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몇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한 달에 1~2번 혼자가 되신 어머님을 찾아봬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머님께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습니다.
바쁜 업무를 마치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얼른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어… 아범 바쁜데 미안하네…
괜히 큰일도 아닌데…
다름이 아니라 혹시 집에 애들이 쓰다 남은
연필이나 공책 있으면 갖다 주겠니!”

어머님 말씀을 듣고,
큰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의 마음이 들었지만,
궁금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갑자기 연필하고 공책은 왜요?”

“그게 사실은 한글 공부를 시작해
볼까 해서…”

생각해 보니 어머님께서
한글을 잘 쓰지 못하신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님은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어려우셔서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는 대신 부모님을 따라서
돈을 벌어야 하셨다는 것을요.

80세가 다 되어 가시는 어머님은
평생 한글을 모르시는 게 한이 된 것 같습니다.
그날 퇴근길에 문구점에서 연필, 공책, 지우개 등
필요한 것을 사서 갖다 드렸습니다.

어머님의 어린 시절 공부를 못하신
한과 어려움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자식 된 도리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 전 여전히 부족한
불효자인 것 같습니다.

 

 

어머님은 어린 시절 저에게
부유한 환경과 세상의 지식을 알려주지는 못하셨지만,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나눔을
몸소 실천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내 욕심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늘 ‘가장 낮은 자리’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따뜻한 하루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마음 변치 않고
작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어루만져 주는
언제까지나 진심 가득한 단체가 되겠습니다.

 

# 오늘의 명언
헌신이야말로 사랑의 연습이다.
헌신으로 사랑은 자란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따뜻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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