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 쌈 --- 서청원

호박잎을 따서 약간 데쳐 녹녹한 잎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밥 한술과 된장 한술을 떠서

도르르 말아 한입에 넣는다

우겨서 넣고 볼을 오물거리며

호박잎쌈을 먹는다

엄니는 호박잎은 약쌈인기라

호박쌈 먹고 기운차리기라

호박쌈 된장으로

다 농사짓고 그린기라

어여 묵어라

호박잎이 처음에는 거칠어도

된장과 어울리면 녹녹해지는 기라

시골 맛이 된장인기라

된장이 사람 맛도 만든 기라

착하고 착하게 된장이 만든 기라

엄니는 나를 언제나 된장처럼 살라하셨어

남을 위해서 양념이 되고 썩어서

거름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라 하셨어

깨물면 호박잎에 숨어서 깨물리는 된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