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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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팔월 아라비아 상인이 찾아와

코스모스 가을 신상품을 소개하고 돌아갔다

여전히 가늘고 긴 꽃대와

석청 냄새가 나는 꽃은

밀교(密敎)에 더 가까워진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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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나는 모가지가 가는 꽃에 대해서는

골똘히 바라보다 반짝이는

조약돌을 머리에 하나씩 얹어두는

버릇이 있다 코스모스가 꼭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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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운동회 날 같은 맑은 아침

학교 가는 조무래기 아이들 몇 세워 놓고

쉼 없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저 꽃의 근육 없는 무용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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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까스로 궁티의 한 때를 벗어났다 생각되는

인생의 오후, 돌아보면 젊은 날은 아름답다

코스모스 면사무소 첫 출근 날 첫 일과가

하늘 아래 오지의 꽃밭을 다 세는 일이었던,

스물한 살 지방행정서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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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터번이 다 풀렸고나 가을이 깊어간다

대체 저 깊고 푸른 가을 하늘의 통점은 어디인가

나는 오늘 멀리 돌아다니던, 생활의 관절

모두 빠져나간 무릎 조용히 불러 앞세우고

코스모스 길 따라 뼈주사 한 대 맞으러 간다

<카페 '아름다은 시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