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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 강기원
100 뚜르 2021.08.06 09:29:05
조회 185 댓글 2 신고

 - 강기원

죽집에 간다

홀로, 혹 둘이라도 소곤소곤

죽처럼 조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죽을 기다린다

죽은 오래 걸린다 그러나

채근하는 사람은 없다

초본식물처럼 그저 나붓이 앉아

누구나 말없이 죽을 기다린다

조금은 병약한 듯

조금은 체념한 듯

조금은 모자란 듯

조그만 종지에 담겨 나오는 밑반찬처럼

소박한 어깨들

죽집의 약속은 없다

죽 앞의 과시는 없다

죽 뒤의 배신도 없을 거라 믿는다

고성이 없고

연기가 없고

원조가 없고

다툼이 없는 죽집

감칠맛도 자극도 중독도 없는

백자 같은, 백치 같은 죽

무엇이든 잘게 썰어져야

형체가 뭉개져야

반죽 같은 죽이 된다

나는 점점 죽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이쑤시개를 이빨 사이에 낀 채 긴 트림을 하는

생고깃집과 제주흑돼지 오겹살집 사이에서

죽은 듯 죽집은 끼어 있다

죽은 후에도 죽은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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