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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고양이 - 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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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고양이는 있다

4천만 년 전 화석에도 있고

우리 집 담벼락에도 있고

너와 헤어진 골목, 그 어둠 속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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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이미 태어나면서 진화가 끝난

더 이상 진화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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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나 있는 고양이들이 좋다

울창한 숲속, 공동묘지 앞, 잡풀이 무성한 텅 빈 공장,

어느 유명 여배우의 침실, 잘 나가는 소설가의 서재,

천재 작곡가들의 음표, 안개 자욱한 부둣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이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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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어디든, 어디에 있든 고양이는,

고양이의 눈은 눈부시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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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분노하고,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세상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도

모두가 사탄의 자식이라 돌팔매질을 하고

끈질긴 저주의 올가미가 평생을 따라다녀도

고양이는 개의치 않고 모두를 비웃듯

가장 아름다운 여신 프레이야의 마차를 끌던 악마고양이들처럼

유유히 제 갈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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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나 있는 그런 고양이들이 좋다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어도

언제나 살아 있는 심장에 불을 켜고

북쪽 창을 열면 그 아래에서 야옹!

서쪽 창을 열면 그 위에서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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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장소의 혼령이기나 한 듯 그르렁거리며

어디서나 나타나고 어디에나 있는

그 도도하고 위협적인 카리스마!

누구도 완전히 소유한 적 없고 지배한 적 없는

오, 놀라울 정도로 독립적이고 신비로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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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고양이들이 좋다

그 커다란 두 눈이, 靈氣 가득한 두 눈이

뚫어져라 나를 응시하거나

타오르듯 사납게 뒤돌아볼 때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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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시와 표현』 2015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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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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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부산서 출생. 1990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그녀와 프로이트 요법〉 외 8편으로등단.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세계사, 1993),『검은, 소나기떼』(세계사, 1997)와 『잡히지 않는 나비』

(천년의시작, 2003)가 있음. 

2003년 박인환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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