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역 --- 최진화  
 
 
몸이 내리지 못한 역에
마음이 먼저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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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자동문 앞에서
내리지 못한 몸이 강물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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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에 반사되어 환해진 마음
눈썹 밑에서 가랑비처럼 젖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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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지만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던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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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 들어오던 얼음 같은 기차를
보내고 또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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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이 수줍게 눕는 강물 위를
오래도록 함께 걷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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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루 벌레 같던 젊음은
검은 터널 속으로 휙휙 사라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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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늙어가는 역에
마음만 내려두고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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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어느 역을 지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