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커피
가을날의동화 2021.01.14 14:30:07
아무것도 섞지 말기
아무것도 넣지 말기
초승달이 걸러낸 저녁처럼
외로울지라도
버거운 하루를 밝고가는 내 그림자
안쓰러울지라도
달콤한 향기에 넘어가지 않기
고소한 유혹에 무너지지 않기
길들여진 입맛에 현혹되지 않기
하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안되지
바다가 생각나는 날은 안되지
약속도 없는 마지막 주말
고독이 깊어져 그리운 것들이
몰려올 때는 더욱 안되지
깔끔하고 싶지만
도도하고 싶지만
나이테가 늘어갈수록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약해지는
그저 블랙만으로만 양이 안차는
허전한 새벽처럼 유혹이 시작되지
아무 것도 섞지 않는
아무 것도 넣지 않는
한가지 색으로만 사는 일
싑지만 쉽지 않은
그래서
커피를 마시며 하는 말은 믿지 말라나
글/ 박소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