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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영시모음 30편/그도세상
11 그도세상김용호 2020.12.01 00:50:42
조회 117 댓글 0 신고

한혜영시모음 3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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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 그 깊은 곳으로

한혜영

거인처럼 뚜벅뚜벅 가을은 왔다
와서 높은 데 걸려 있던
낡은 간판을 사정없이 끌어내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여기저기 세워놓았던
나무의 이름과 길 이름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숲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혼란이었다
벌써 무르팍이 성치 않은 바람들 쩔뚝이며
내게 길 물어온다
물론 나는 길을 모른다 단지
길을 아는 철새들만이
제 둥지를 버리고 떠날 뿐이다 미련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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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정사과농장

한혜영

거짓말이라는 매우 나쁜 전염병이 한바탕 농장을 휩쓸고 갔다
농장주인은 뼈대가 드러나고 등이 굽은 기형의 사과나무 아래
죽은 새들을 끌어다 묻었고

가벼운 농담처럼
꼬리와 날개가 파닥거리는 거짓말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농장주인은 콧노래를 부르며 [검정사과농장]이라는 간판을
당당하게 내걸었고 자석 같은 호기심에 큰손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질서 유지를 강조한 농장주인은 꼬리와 날개를 떼어낸,
둥글게 잘 다듬어진 거짓말을 의기양양하게 건네주었고
큰손들은 생전 처음 보는 검정사과라며 흥분을 했다

이미지처럼 속이기 쉬운 것도 없는 법이지
농장주인은 우아하게 생긴 고양이 이미지 십여 마리를 슬쩍 풀어놓았고
이것으로 거짓말 농장의 아름다움은 극대화되었다

거짓말 장사가 대박을 치자 농장주인은 죽은 박쥐나 두더지를
가지고 오는 자들과도 암암리에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공급이 끊기게 되자 획기적인 상품으로
자신의 목을 사과나무에 매달았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유일한 거짓말이었다

출처 : 시집 《검정사과농장》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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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쁜 습관

한혜영

내 몸에 팽팽하게 붙들려 있던 빗줄기 뚝 끊어진다
송신탑처럼 서 있던 나 뚜벅뚜벅 숲에 드는데
젖을 만큼 젖어 있던 나무들 서늘한 활자
몇 개를 혼란스러운 내 이마 위에 떨구어준다
너희들은 이렇듯 간단했던 것이로구나
찾아오면 고스란히 젖어주는 것으로 비의 전령을 맞이하는
그러나 내 문제는 간단치가 않은 것이다
가볍게 부는 바람이나 비의 가락도
내가 읽으면 반드시 誤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예리한 칼날' 아니면 '썩은 핏줄' 따위로
읽어버리는 버릇
이것을 또 누군가에게 전송하는 나쁜 습관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었는데
그리운 그 누구는 당연히 수신을 거부하고
미물들만 시끄럽게 읽어 주는 것이다
오늘도 기어이 끊어져 버리는 빗줄기
그 끄트머리를 물고 수 천 마리 풀벌레가 왁자하게
운다 너무 지독해서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내 밀서를
외로움 아니면 그리움이라고
친절하게 고쳐서 읽어주는 풀벌레들
가던 발걸음 우뚝 멈추고
나 소금발 튀는 것 같은 그 소리를
다리가 아플 때까지 듣고 또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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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눈뜨는 아침

한혜영

따끈따끈한 알 하나를 이불 속에서 만져보네
삼백육십오알, 알 낳는 암탉 과거는 시간을 먹어 치우고
시간은 나를 먹어치우고 나는 나를 먹어치우고

그 힘으로 따끈따끈한 또 하루 시간을 낳았네 생명이란
참으로 애틋하구나 가만히 알 품고 있으면
톡톡톡 끊임없이 부리질 하는 소리

아아, 난 살아 있는 거야 마주 쪼아보는
생각의 부리 피묻은 날개를 추스르며 껍질을 빠져나오네
대견스러워라 하루는 이제 온전히 내 것이야 이부자리를
정리하면서 날개를 파닥여보네 오늘은 날 수 있을까?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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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책 없음

한혜영

검고 깡마른 얼굴에 턱수염 거칠어 보이는 사내 하나가
제 수하를 이끌고 공동어판장에 어슬렁거리며 나타날 때부터
세운 대책이지만, 대책도 없이 선주들은 돈을 뜯기기 시작했고
하필이면 이와 때를 같이하여 바다의 赤潮는 한층 짙어졌다

툴툴거리며 들어오는 배
붉은 아가미를 가진 어물만 쏟아내는 배는 한동안
먼바다로 나아가 등푸른 생선을 잡아올 수가
없을 것이다 그물 찢어질 듯, 자랑…… 자랑…… 끄덕거리며
돌아올 수가 없는 것이다

비린내만 풀풀 날리는 포구

굴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대책 없어
얼굴 무거운 선주들 사이에 나도 끼여 있었다
본래부터가 갈잎 같은 살림이었으므로 가랑가랑
그만큼의 걱정만 물들인 얼굴 빤히 치켜들고서

한동안 술렁였고 한동안 혼란스러운 대책을 지나
마침내 봄 기슭에 생각이 닿자 선주들
퉁퉁퉁퉁 먼바다를 돌아 만선으로 돌아올 희망에
기대를 걸고, 까짓 거 다 내어주자고
지독해질 빈곤에 대해서 유쾌하게 결정을 내렸지만
나는…… 오, 오! 나는…… 그 동안에 벌써

가기만 가고 돌아오지는 않는 바다

그 붉은 물결에 가르랑가르랑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가뭇없이 떠밀려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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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도강渡江을 거부하는 밤

한혜영

여전한 선착장이었습니다
제 설움에 출렁이는 거룻배 한 척
마침 渡江하기 알맞은 어둠이 찾아왔으므로
밤의 사공은 지겹게도 똑같은 리듬으로
더듬더듬 나타났습니다
숱해 건너본 강의 지리에 익숙한
그는 평소의 습관처럼 척하니
노 한 짝을 뱃전에 걸쳐놓습니다
순간 삐그르르 기울어지는 배, 잠깐
중심을 잃었을 뿐이라고 사공은 끌어당기지만
배는 순식간에 밑창을 드러내고 엎어집니다
등이나 한바탕 긁어봐요!
신경질 적으로 물이 차 오르는 소리
끝내 渡江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공은
홀라당 엎어져버린 배의 밑창이나
난감하게 바라보다가 낡은 노를 곧추세워
끄덕끄덕 쓸쓸함이 짙은 아내의 등판이나
할 수 없이 거슬러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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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도둑고양이

한혜영

언제부터 배가 부른 도둑고양이
탯줄 같은 어둠을 끌고 천천히
지나가는데 붉은 실뭉치 몇 개가
투시됩니다 제 운명을 도통 모르는
괭이새끼들 저희들 목숨이 어떤
무늬로 짜여질지 어미가 끌고 가는
어둠의 질량을 전혀 모르고 굴러갑니다
딸년 팔자는 에미를 닮는 것이여
엄니 동굴 속에 내가 웅크렸을 때
자꾸 열리는 문을 굳게 닫아걸며
탯줄 잘라버리고 싶은 유혹에
사뭇 시달릴 때 엄니는 이미
이승서 가장 짙은 안개를 깔아
해산자리를 봤던 것입니다
오리무중, 오리무중……
막막한 아침이 밤보다 길었던가요?
슬픔을 밴 도둑고양이
사랑을 훔치러 빵을 훔치러
밀치던 문소리가 너무 커서 화들짝
놀라 달아나던 안개 속에서 그토록
질기다는 사슬을 생각했습니다
이승과 저승 사이 출렁이는
탯줄 저 위험한 구름다리
엄니는 시방 대물려 줄
팔자를 또 다시 준비하고 계십니다
지겹고도 우우 두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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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똥끝

한혜영

임종이 가까워지면 제일 먼저 활짝 열리는 것이
항문이라고 하네 열고 채우기를 반복했던
둥근 괄약근의 열쇠를 찾을 수 없는
세상 바깥으로, 아주 던져버리는 일이라 하네
어머니의 똥끝은 왜 그리 자주 탔는지
다급한 일 겨우겨우 해결을 보고 나면
어느 틈에 불씨 되살아나 바짝바짝 타들어 갔던
'당신의 항문을 페쇄 합니다'
의사는 매정하게도 각께를 땅땅! 쳐버렸다네
캄캄한 절망 곳곳을 다 뒤져가며 癌, 癌, 癌
전부 캐내고 말거라고. 날카로운 불면 끝으로
후벼 파낸 것들을 들고 달려갔지만 턱 하니
가로막는 각께 앞에서 울부짖다가 도리 없이
급하게 벽을 뚫어서 만든 인공 문으로
울컥울컥, 그 서러운 것들을 내놓았다네
둥근 손잡이도 자존심도 없이 활짝 열려있던
무시로 죽음이 들락거렸던 인공항문
그 중심에 기정사실로 꽂혀있던
저승의 빨대는 참말로 입심 한 번 무서웠네
누구나 산다는 것은 똥끝 태우는 연속이겠지만
어쩌다 똥끝을 다 태워먹고 자신의 몸 속에 갇혀
전전긍긍하며 절규했던 아아 내 어머니!
똥끝이 땅 끝과 같다는 말을 그때 나는 깨달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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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뜨거운 상상

한혜영

누구는 이름만 들어도 플로리다 플로리다
황홀하다고 밀봉된 꿀단지 어루만지듯
은근하게 발음을 내었지만 실은
옛날엔 여기가 바다였다고……
헌데도 나는 왠지 나는 거인의 등짝 위에다가
살림을 차린 것만 같네 뜨겁게 달아오른
사내의 몸뚱이를 휘까닥 뒤집으면 고 밑에
땀 쫑알쫑알 흘리며 숨어 있던
계집의 얼굴 하나가 배시시 웃으면
드러날 것 같아 진주에 산호
악세서리를 주렁주렁 걸친 계집
요 비릿한 바람의 지느러미 만 봐도
바다였던 것은 확실한데……
뜨거워 뜨거워 정염의 플로리다는
훅훅 거리며 꽃을 피운다네
사철 들썩이는 대지 지칠 줄 모르는
사내 발바닥이 마이애미쯤 된다고 치고
간지럼이나 한바탕 먹여볼까?
큭큭거리다가 이 몸 은근슬쩍
달아오르는 뜨거운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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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말의 재활용

한혜영

쓰고 남은 말을 쌓아두는 야적장이 있다면
나는 삼백육십오일 창고에 갇힐 거야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송전탑처럼 가시가 돋친
부러진 삽날처럼 뒹구는
쏙쏙 알맹이만 발라먹은 게 껍질 같은
레게머리처럼 가닥가닥 배배 비틀어 꼰
반쯤 타다가 말았거나 지금도 불타는
뇌관 시퍼렇게 터지지 않은
말을 수선하는 일로 식음을 전폐할 거야
날마다
용접봉에 불꽃 튀기며 말을 수선할 거야
알록달록하게 페인트칠도 하고
달랑달랑 예쁜 고리도 매달아준 뒤
이 재활용품 말을
내 나머지 인생 한쪽에 쌓아놓고
인심 좋게 나눠줄 거야
지지든지 볶든지 그대 인생에
약간의 영양가를 끼치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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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바늘쌈지이거나 고슴도치이거나

한혜영

혼자는 오지 않고
우울과 불안을 데리고 오는 비는

내 심장에 바늘을 하나하나 꽂아 넣습니다

순식간에 완성된 바늘쌈지는
내 마음을 통통거리며 굴러다닙니다

어쩌면 동물원에서
만난 적이 있는 바늘쌈지지만

나는 기억을 살리려 들지 않고

바늘 한 개를 얻는 대로
옆구리가 뜯어진
나를 수리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가여운 듯도 하고
괴로운 듯도 한
동물의 울음소리를 빨리 틀어막고 싶은 것이지요

빗소리는 갈수록 거세지고
나는 마침내
내 마음에서 통통거리는 것이
바늘쌈지인지 고슴도치인지 구분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니,
나는 바늘쌈지이거나
고슴도치이거나
둘 중에 하나가 되어 창가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출처 : 시집 《검정사과농장》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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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밤하늘

한혜영

저 검은 서류는 아무도 위조하지 못한다
매일 바꾸는 인감도장 오늘밤은
수만 개발을 거느린 돈 벌레 같다
어둠 걸쭉해지자마자 성냥불 탁탁!
튀는 걸로 봐서 미련한 도적놈
몇이나 벌써 붙은 모양이다마는

나는 굳이 애쓰지 않으련다
수많은 위조 꾼들의 최후가 어떤 건지
맨발로 끌려가던 아버지가
다급하게 주신 말씀 아니더라도
지독하게 난해한 저 문서를
해독한 능력이란 도저히 없는 것이다

백지 위에 인생들은 그렇듯이
쉽게 읽히는가 카피에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 생들

고백하건대 나 역시 도적이었다
어머니의 인생을 카피한 딸년

그 형편없는 이력을 모르는 채
기웃거리는 눈들 있다면 은근하게
귀뜸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다
절대로 위조하지 마라
내 영혼은 해독불가능의 그믐밤
미궁으로 가는 버전에든 지
이미 오래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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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보리수 밑을 그냥 지나치다

한혜영

가로등 너는 아득한 전생에
보리수나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뜨거운 발등 앞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석가를 물끄러미 굽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고요히 흘러 넘치는 그의 뇌수를
딱 한 방울 맛본 힘으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여기까지
걸어왔는지 모를 일이다

가로등 황금열매가 실하게 익어 가는 밤
설령 네가 그 날의 보리수였다고 해도
기대하지는 마라
이 시대에 누가 네 앞에 가부좌를 틀고
부처가 되려고 하겠느냐?
너를 붙들고 오열하다가 발등
왈칵 더럽히는 석가들이 있을 뿐,
어쩌다 심각한 표정으로 혼자 가는 중생
있다손 치더라도
그는 전생에 너를 몰라보고 끄덕끄덕
보리수 밑을 찾아가는 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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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뻥이야

한혜영

무료하고 따분한 마을에 그가 나타났었지요
시커먼 砲를 끌고 전사처럼 당당하게 그가 찾아오면
패색 짙은 전투에서 지원군이라도 만난 것처럼
감격에 찬 동네 조무래기들 까만 얼굴로 우르르 몰려들었지요
강냉이, 누룽지, 보리쌀 외에 탄약이 될만한 것들
겨우겨우 끌고 나와 벌이는 가난한 전투였지만
나는 맨손으로 나와 용감하게 진두지휘를 했습니다
砲에 얼굴 바짝 들이대고 비장하게
때를 기다리면 귀 막고 뒷걸음질쳐 달아났던
오합지졸 병사들 슬금슬금 다시 모여들었지요
불꽃 위로 삐거덕대며 무겁게 돌아가던,
최초로 만난 지구 앞에서 나는 팔짱을 깊이 끼고
심각한 지휘관답게 골똘한 의문에 잠기곤 했습니다
뻥! 한 방이면 갑절로 불어나는 보리쌀을
우리엄마는 어째서 한 됫박도 못 내놓는 것인지
울 아버지도 뻥 아저씨 같은 전사가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빙글빙글 돌던 머릿속은 팽창을 거듭했고 아이들
역시 그럴 지경이 되었겠지요 부풀다…… 부풀다……
마침내 뻥이야! 지축을 흔들던 놀라운 폭발음
공갈처럼 어른이 된 아이들 이렇게 뿔뿔이 흩어졌던 것입니다
우우, 과연 위력적인 그 세월의 砲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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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삽질하는 새

한혜영

어린 새가 이제 막 배급을 받아
반짝이는 삽날을 잠시 살피다가
연습삼아 가볍게 몇 번 놀려본다
끄떡도 없는 허공
삽날에 붙어있는 약간의
불안을 탁탁 털어 버린 새는
화르르 날아올라 단단한 허공에
힘껏 첫 삽을 찔러 넣는다

이것으로 노동은 시작된 것이다
붉게 빛나는 저 부리
구리수저 하나가
몽땅 닳아 없어질 때까지
우주 하나가
온전히 허물어져 내릴 때까지
고단하게 계속될 저 삽질

어린 새는 그것도 모르면서
용감하게 첫 삽을 꽂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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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아름다운 음모

한혜영

플라스틱으로 만든 오리 한 쌍
최대한 다정한 모습으로 연출한
사랑과 사랑 사이에 거미줄이 쳐 있다
참으로 지겨운 금실
움직이지 않는 사랑은 얼마나 지루한가
날개 죽지 속으로 파고 들어와
시도 때도 없이 날아봐
날아봐 근지럽게 긁어대는 바람
참으로 근사한 유혹을,
그 아리따운 갈등을 너희가 짐작이나 하겠느냐
쉰내 나는 권태의 팔을 슬며시 끌러내고
돌아누워 내통하는 왼편의 사랑,
목숨걸고 간통을 꿈꾸는 여자들의
가벼운 기름 주머니를 보아낼 수 있겠느냐
본시 제 영혼에 깃들인 숙명처럼
날개 가득 혼란을 펄럭이며 먼 강물로
어둠 박차고 밤마다 떠나는 천둥오리
그 위험하고도 아슬아슬했던 날개의 배반이
얼마쯤의 생을 흥분시켰는지 알 수 없으리
사흘 밤낮을 비바람이 두들기고
지나가도 끄덕 없는 저 거미줄
차갑고 딱딱한 플라스틱 몸뚱이 안에는
아름다운 음모가 숨어있지 않아
오리 한 쌍은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시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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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아무리 숨었어도

한혜영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 햇살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땅속 깊이 꼭꼭 숨은
암만 작은 씨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꽃
방실방실 피워낼걸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바람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나뭇가지 깊은 곳에
꼭꼭 숨은 잎새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잎새
파릇파릇 피워낼걸
☆★☆★☆★☆★☆★☆★☆★☆★☆★☆★☆★☆★
《18》
어떤 첼리스트의 노동

한혜영

연주자는 꽃잎을 불러모으거나
깃털을 불러모으는 마술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므로 음악을 감상하는 일이란
깃털로 만든 이불을 덮고 누워
꽃잎에서 추출한 향기를 맡는 것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방금 전에서야 연주자들 역시
노동자라는 사실을 어이없이 깨달은 것이에요
탄맥(炭脈)을 찾아 끝도 없이 내려가는
광부(鑛夫)라는 거, 삽 한 자루가
전 재산인 저 첼리스트를 보란 말이지요
땀 뚝뚝 흘려대며 필사적으로 놀려대는
저 삽질
어지간해서는 가슴 더워지지 않는
뭇 영혼에게 땔감 대주는 일이란 얼마나
고단하고 숨막히는 작업인가요
진작 땔감 떨어진 무쇠난로처럼
싸늘하게 식어 말없이 웅크리고 앉아있던
내 가슴에 석탄 한 삽을 막 집어넣고 돌아서는
첼리스트의 등허리가 그사이 부쩍 휘었군요
☆★☆★☆★☆★☆★☆★☆★☆★☆★☆★☆★☆★
《19》
어머니와 장롱

한혜영

난데없이 잘못 배달되어온 자장면 같았겠지요
어머니는 턱 하니 앞에 놓인
죽음의 그릇을 황당하게 들여다만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다 되도록 천천히 뒤적거리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건들면 건들수록 불어나는 면발,
치렁치렁 창문에 매달리는 두려움을 걷어올리는 순간
어머니는 비로소 자신의 머리맡을 지루하게 지켜오던
자개장롱이 허공 중으로 옮겨진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빛 바랜 입술로 철없이 벙긋거리는 문짝 위에
목단 서너 송이, 어머니는 평생 한 통속이었을 꽃가지
사이사이 벙어리 새들과 난감하게 눈을 맞추었을 것입니다
나들이 옷 한 벌 꺼낼 수 없어 내내 헛손질했을
장롱문짝서 흩어졌던 꽃잎 한 조각을 물고 오늘밤은
벙어리 새가 문득 내 손바닥 위에 내려와 앉은 것입니다
어머니 그릇 미처 비우기도 전에 또 한 차례 탕탕!
현관문이 야속하게도 울었던가요? 처음으로 입을 뗄 듯
주먹 안에 갇힌 새가 울먹울먹 푸푸거리다 날아간 저 편
뜻밖에도 날마다 표류하던 장롱이 돌아온 것입니다
차압딱지 한 장은 물론 뒤쪽에 붉을 테지요
유난히도 손때가 반들거리는 북두칠성 그 문고리를
힘껏 잡아당겨 그때 그 캄캄하게
뒤엉켰을 어머니의 절망을 들여다보는 중인 것입니다
☆★☆★☆★☆★☆★☆★☆★☆★☆★☆★☆★☆★
《20》
예스터데이

한혜영

휘청휘청 돌아가는 연못
낡은 턴테이블 앞에 쭈그려 앉습니다
예스터데이~ 흐느끼는 물풀 위로
한 떼의 시간이 꼬리를 끌며 지나갑니다
촌스런 전나무도 이런 팝송 하나쯤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갤 끄덕거리고
오렌지는 아까보다 조금 더 붉어지는데
난데없이 튀어 오르는 판! 금이 간
청춘 위에서 깨어진 노래 알갱이들이
딸꾹 딸꾹 튀다가 구르고 있습니다
속절없이 복제되는 비틀즈
파장과 파장 사이 떠오르는 수천 개
입술이 복화술을 쓰듯 오물거리기 시작합니다
뒤죽박죽 엉키는 세월, 시린 물 속으로
곤두박인 나무그림자에 매달린 여자 하나가
어제의 한 고비를 넘지 못해 마구 휘둘립니다
펄럭이던 지느러미 위험하던 시절의
판… 판을 꺼야하는데……
후미진 구석에 앉아 가슴으로 적갈색
커피를 폭폭 끓여대며 짝사랑했던 더벅머리
그 날의 디제이는 긴 긴 외출 중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
《21》
옛집에 갔네

한혜영

손목 잡아끌었던 것은 비였을까
모르겠네 날개 젖으며 옛집까지
날아간 이유를 모르겠네 깡마른
백일홍나무 한 그루 비 맞으며
달려나와 손잡아 주었지만
다른 것들의 안부는 애써 묻지 않았네
새떼들 자작자작 껌 씹는 소리
떨어지는 전깃줄 아래 왜소병 앓는
소철과 눈 짧게 마주쳤을 뿐,
등 돌리자 옛집 그 커다란 등치가
칭얼거리며 주춤주춤 따라 나섰네
안 돼……
마침 누에고치 같은 집안에 불
환하게 들어오고 새 주인이 된
여자 애벌레처럼 예쁘게 꼬물거렸네
차갑던 몸을 더듬어 빠르게 도는 피
금세 붉어지는 옛집의 볼을 툭
건들고 등 돌렸네 눈물 그렁그렁한
옛집이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네
이때 홀연히 나를 빠져나가는 나비
한 마리 먼 후일 날개 지치도록 젖어
찾아왔을 때 깜빡 밝아지는 전구처럼
내 몸이 환해졌네 어느 날 문득
그리워서 찾아올 지구
우리의 행성이 눈물겹도록 따스했네
☆★☆★☆★☆★☆★☆★☆★☆★☆★☆★☆★☆★
《22》
오후 2시의 항변

한혜영

수화기 안으로 개미처럼 기어들려다
흘끗, 지구 저편을 본다 거기는 지금
새벽 3시 모두들 이빨을 갈며 자고 있으리라
너덜너덜 헤진 잠의 마대를 걸치고
고단한 수행자답게 꿈의 사막을 가고 있으리
흔들의자에서 두어 번 몸을 끄떡거리다
창가로 가 블라인드 사이로 바깥을 훔쳐본다
메일박스 위에는 아직도
무너지지 않은 공산주의의 붉은 상징처럼
깃발 하나 완강하게 꽂혀 있다
그가 보낸 傳令은 아직까지 오지 않았군
오후 2시의 갈피 사이에
아직 이라는, 다소 희망적인 부사를 끼워 넣으며
흔들의자로 되돌아온다
둥글게, 점점 작게 몸을 말아 올린다
어머니 자궁 속
그 날로 온전히 돌아가는 연습을 한다
나 다시 태어날 거야 지금껏 만들어온
인연의 족보를 쫙쫙 찢어버리고 다시 만들어야지
전화도 잘하고 편지도 잘하는 거시기들만 골라서
찢어진 족보 속에서
그대들 깔깔거리며 웃고 있다 당신도
바로 거기에 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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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완벽한 믿음

한혜영

우리는 언제나 빵빵! 거리며 살지
빵을 굽다가
인생 전체를 태워버리기도 하고
빵을 아끼다가
곰팡이가 피는 시간에 절망하면서

빵이 시키는 일이라면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우리는 빵 나라의 착한 벌레
저녁마다 빵을 뜯으며 내일의 빵을 걱정하네
우리의 배를 빵빵하게 채워줄
빵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면서
빵이 우리를 잡아먹는다는 의심은 하지도 않지

참으로 완벽한 믿음이야
영원히 발효를 멈추지 않는
빵이라는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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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위험을 평정하다

한혜영

어린아이가 핏불 테리어한테 물렸다고 한다
개의 눈에서는 위험이 철철 흘렀다고

거리엔 위험이 지나치게 많다
위험해, 위험해
두 팔 벌리며 막는 표지판도 그렇지만

빨리 달리는 것들의 위험
그런 속도를 막으려고 꽝꽝 얼린 거리
곳곳에 스며든 어둠,
그 캄캄함에 악어처럼 감추고 있는 것들

위험은 위험이 목적이어서
어디에서든 호들갑스러워야 한다
사이렌소리가 나야 하고
경광등이 번쩍거려야 하고

위험은 바깥을 조금 더 선호하지만
안도 위험이 살기엔 더 없는 조건이다
기회만 있으면 귀신처럼 달라붙는
불과
물과
추락


도마에 올라간 소문은 얼마나 무서운가
위험해서 위험한 위험……

그러나 세상의 어떤 위험도
살아 있다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는 없다

출처 : 시집 《검정사과농장》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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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입동

한혜영

몸집에 비해 유난히 가느다란 다리로
삐뚤빼똘 궁둥이를 놀려대며 걸어가는
저런 닭들
어디서나 흔히 봤다
재래식 시장 혹은 유원지 화장실
늘어진 네 박자로 삐뚤빼똘 걸어가다
한 목청 쑥 뽑아 올리던 늙은 닭들
비로소 자유롭게 궁둥이 흔들어대며
떠나가는 닭들을 본 적이 아주 많다
깃 세울 일도
볏 세울 일도 더는 없는
털 반쯤이나 듬성듬성 빠져버린
저 닭!
저 붉은 털을 가진 단풍나무 뒤를
삐뚤빼똘 따라와서
나 오늘아침 입동에 당도한다
무수한 닭들
지나가다 한번쯤은 서성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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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표정을 읽다

한혜영

한때 당신은
천 개도 넘는 표정의 샘플을 갖고 있었어요
필요할 때마다 척척 끄집어내어 썼으니까
어떤 역할이든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지요
기쁘고, 슬프고 화가 나는 표정 외에도
당신의 안면은 부드럽고 섬세한 밀랍이어서
이 시대의 몇 안 되는 표정의 장인이었습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다는 배우들이
당신에게로 가서 얼굴을
빌려 간다는 소문까지도 떠돌았지만,
당신 표정의 가짓수는 빠르게 줄어들었지요
처음으로 사라진 건 웃음이었고
마지막으로 사라진 건 분노였습니다
누구는 경제가 당신을 배신했기 때문이라고 했고
누구는 사랑 때문이라고 수군댔지만,
살아 있음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요
당신의 표정을 오랫동안 관리해왔던
감정의 줄이 툭툭 끊겨나가자
사방으로 금이 간
탈바가지 한 개가 고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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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퓨즈가 나간 숲

한혜영

퓨즈가 나간 숲은 깜깜하다
나무 꼭대기 새집조차 어둡다
길이란 길은 모두 지워지고
온전한 것이 있다면 푸르던 기억에
항거하는 단단한 그리움이다
한 계절 사랑의 불 환하게 밝혔던
나무들 열매들 그리고 새들,
그 사랑의 흔적을 죄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냥 상처다
이 겨울의 어둠 아니 한줄기 빛을 참고,
그래 빛이야말로 얼마나 많은 것들에게
상처가 되었나 눈부신, 찬란한, 아름다운 따위의
형용사와 눈이 맞아 저지른 빛의 횡포,
가지마다 넘치는 축복인 양 위선의 잎새
덕지덕지 발라주며 오늘의 상처를 마련했었다
누구라도 헛발 자주 내딛고 나뒹굴던 시절,
쌈짓돈 마냥 숨겨둔 사랑의 잎새 하나만 있어도
가슴은 이리 훗훗한 그리움이다
어딘가에 한 뭉치 퓨즈가 분명 있을 것이다
계절과 계절의 끈을 잇고 명치끝을 꾸욱 누르면
혼곤한 잠의 머리 절레절레 흔들며 숲은 그 날처럼
홀연히 일어날 것이다
때문에 새들은 이 겨울 떠나지 않고
하늘 받들어 빈 숲을 지키고 있다

출처 :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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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한밤에 끓이는 커피

한혜영

물이 끓어오르면서 주전자
늑대울음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도 저렇게 울었던 것 같습니다
갈 데 없어 서러운 늑대처럼
사랑을 잃은 그도 저렇듯
우~ 우우 소리를 냈었지요

못질해 두었던 시간의 가슴을
열어봅니다 푸르디푸른 별빛!
천 개의 얼음발로 벼랑을 타고 있습니다
아슬아슬 놓였던 발자국마다
일어서는 은빛! 비틀거리는
늑대 가슴엔 아직도 한 개의 달이
우~ 우우 핏빛입니다

미친 바람이었을 테지요
그 원통한 울림대
밑바닥까지 쑤~욱 손을 집어넣고
응고직전의 슬픔 휘휘 저어댔던

회한이 나의 五臟에서 그의 울음을
꾸역꾸역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검푸른 늑대울음과 합성된
그의 울음, 하늘도 덩달아
울컥울컥 달빛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 비가 와야 하는 이유 - 한혜영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우울했다
오랫동안 친해왔던 신경통의 안부가 궁금하고
낙숫물 급하게 흘러내리던
혈관 구석구석의 안부도 궁금했다
젖는데 익숙한 것들은 못 견딜 노릇이다
위험수위에 닿을 듯 닿을 듯
흥건한 슬픔의 참맛을 아는
마음의 안팎을 햇볕에 내어 말린다는 것
은 고문이다
지느러미를 단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매끄럽게 슬픔 속을 빠져 다니며
물비늘 일구고 형형색색
금침을 놓는 추억이 있어 아직은
행복한 날

비가 와야 하는 이유는
신경통을 앓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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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핸드폰

한혜영

핸드폰 한 대씩은 새들도 갖고 있지.
지붕 위 새 한 마리 어딘가로 전화 걸면
그 소식 반갑게 받은 짝꿍 하나 날아오고.

어쩌면 새가 먼저 핸드폰을 썼을 거야.
전화선도 필요 없고 수화기도 필요 없고
저 하늘 푸른 숫자판 부리 하나면 간단한 걸.

삐룩삐룩 여보세요 또로로롱 사랑해요.
우리 동네 아침 시간 혼선되는 새소리들
그래도 끼리끼리는 척척 듣고 통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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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홍녀

한혜영

감 꽃 속으로 드나드는 꿀벌 한 마리를
무심코 보고 있다가 문득
석천이 고모 홍녀를 생각합니다
바람둥이 한 사내를 사랑했던 죄로
평생을 수절했던 그녀
열아홉 순진하게 열린 꽃샘 깊숙이
침을 꽂은 사내는 그 봄 내내 꿀벌처럼
속삭였을 것입니다 사랑해…… 좋아해……
그러다 감 꽃 툭 떨어지고 도드라진 젖꼭지
만 달랑 남겨두고 그 사내 떠나갔겠지만
홍시 툭툭 지는 긴긴 겨울
수십 번이 바뀌도록 그녀의 귓속에는
꿀벌 한 마리 여전히 살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떠나고 진짜 여자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달콤한 밀어
은근한 말의 오르가슴만으로 그 긴 세월
나른하게 건너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는가
하고, 이제는 곶감처럼 늙어버렸을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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