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심던 날  /송향 김수잔

가을 나들이서 만난

화사하고 수줍어 보이는

샛노란 국화가 눈에 띄어

그윽한 가을 향기 우리 집 정원으로

초대되어 색색이 피어 있는 국화 사이에

그이와 정성껏 심었다.

무서리도 거뜬히 견디며

아낌없이 내어 주는 국화향

내년에도 고결하고 품위있는

네 모습을 보겠다고 생각하니

먼 뒤안길에 엄마와 함께 즐겨 심던 생각에

우리 부부도 함께 심었다는 흐뭇한 마음

갈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 맞대며

환한 미소의 가을을 만났다.

파란 하늘 아래

우리 작은 정원에도

정감이 넘치는 국화 향기와

저기 서걱대는 하얀 억새 바람으로

깊어가는 이 가을

국화꽃 심던 날

유난히도 맑고 파란 하늘을

고개가 아프도록 쳐다보던 우리

시린 햇살 가득한 정원에서

활짝 웃어보는 감사한 가을날에

출처 : 카페 '서비의 놀이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