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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다 괜찮아
7 shffo10 2020.11.23 09: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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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다 괜찮아 / 김정한

 

겨울 햇살인데 너무 밝아 아프다. 두 뺨에 닿는 햇볕이 쓰리다. 저물기 전에 물기 많은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후회되는 것들에 대한 섭섭함을, 자괴감을 눈이 다 덮어 주고 밀어내 주었으면. 아니,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의심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말끔히 쓸어갔으면 좋겠다. 다시 새로움으로 가득 채워져 애정 역인지 미움 역인지 분간이 안 가는 이 혼돈의 시간에서 벗어났으면. 오늘따라 목을 꺾어 올려다본 하늘이 시리도록 슬프다. 하늘에 쓴 애정의 문장이 다 지워진 걸까. 영원인 줄 알았던 애정이 어딘가에 덜컥 이별을 숨겨두었는지 이렇게 두렵다. 내가 깊게, 선명하게 써둔 이름 세 글자가 삭제될까 봐 겁이 난다. 시나브로 그리움이 깊어 간다. 시나브로 내가 깊어간다. 오늘이 지나면 이 그리움도 추억이 될 테니. 다시 흔들리는 필체로 그리운 이름 세 글자를 정확하게 써 두어야지. 하늘에다가...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 아릿하다. 다시 본연의 나로 돌아와 헐거워진 마음을 다잡고 모든 것이 넘치도록 풍만해서 행복했던 그날, 그곳을 탐닉해야지. 그리움을 토해내는 순간 어느 시인의 간절한 문구가 생각난다. “인생에는 면제가 없다.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오고야 만다. 지금 견디기가 너무 어렵다면 다리 건너기라고 생각하라.” 그래, 세상의 예법이 허락한다면, 무례하고도 난폭한 욕망을 밀쳐내고 나면, 삶의 구절구절이 절박하다보면, 다다르겠지. 이렇게 내가 시나브로 깊어가면서 좋아지는 것처럼 언젠가는 마주하겠지. 어느 시골 섶다리를 지나다가, 빌딩숲 속을 지니다가, 그도 아니면 지하철 안에서라도 만나겠지. 모든 길 위에서 마음을 찾는 피폐한 육신아, 너는 어쩌다가 높은 곳에다가 별을 걸어두었니? 너는 어쩌려고 어리석은 욕망을 저렇게 많이 쌓아두었니. 어찌하려고. 괜찮아, 다 괜찮아. 저물어가는 하루와 어디에도 닿지 못했던 다리를 부둥켜안고 버티면 되겠지. 어떻게 되겠지.

김정한 [ 길 위의 인생 수업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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