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이

어깨 가득 실린 낙엽을 털어내는 일과 같아라

나도 몰래 조금씩 어깨에 얹히는 삶의 껍질

저녁 노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등 뒤로

붉은 구름 한 겹씩 내려 쌓이고

어둠이 안개처럼 사방에 깔리며

하루의 고단과 보람을 보듬는 시간

문득 돌아보는 순간

내 곁에 섰던 친구도 어둠에 묻히네

보이지 않는 길

별빛에 어림짐작으로 찾아보지만

희미한 나무 그림자만

앙상하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네

가족을 소리쳐 부르는 아이처럼

갑자기 황망해져 친구 이름 부르네

어둠 속에서 화답하는 것은

바람이 나뭇가지에 부딪는 소리들

발밑에 깔린 낙엽 부스러지는 소리들

글/  권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