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는 밤이면 컴퓨터 달린 카메라를 켜놓고 

인터넷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활을 보인다

자신을 지켜줄 이는 바깥에 있다고 믿고 생각한다

그이의 집을 지키는 건 마네킹이다

마네킹은 나이가 들지 않았고

그리을 방해한 적이 없으며

그이를 바라봐준다

가끔 일회용 물수건으로 마네킹을 닦기도 하는 것은

언젠가 무엇으로 자신을 도와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이의 집 바깥에 사는 새 한 마리 날아와

마네킹의 어깨에 앉는다

그리고 또 가끔 그이는 마네킹의 상처 한 쪽을 힘껏 벌

려

견뎌온 말들을 다져 넣곤 한다

그 상태로 한 존재가 그이를 바라봐준다는 것

그것이 그이 자신을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날이 얼마 되지 않았다

어는 날 마네킹이 광장을 바라보고 있어서였다

고라니가 어느 새벽 벼랑에 가서 떨어진다고 한다

새들이 가끔 유리창에 맥없이 부딪히는 날들이 계속되

었다

인간들도 가끔은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이병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