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에서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다

새벽에 뜨거움이 사라지는 꿈을 꾸었고

아침에 눈을 뜨니

태양은 정수리 곁 저쪽으로 비켜나 있었다

바람의 변화 속에

풀벌레들의 속삭임이 느껴지는 아침

하룻밤 사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계절이 변한다는 것이

참으로 이해불가하다

바람이 되자

그래

오늘 같은 날은

자유로운 영혼처럼

사색하는 바람이 되자

바람이 되자

그래

오늘 같은 날은

입가에 미소 한 줄 긋는

향 짙은 바람이 되어 보자

시(詩)월의 어느 가을날

방향없이 떠돌며

한껏

사색하는

갈색 갈바람의 영혼이 되어 보자

- 김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