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 대하여 / 박무웅

그늘은 땅에서 생기지만

대부분이 공중의 소유물이다

망치 소리도 없이 세워졌다가

삐걱이는 소리도 없이 철거되곤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태양의 관할지역이다 ​

공중의 허락 없이는

어떤 건축도 세우기 힘들다

고층, 그거 다 공중이 허락해준 높이다

열매들, 그것도 다 공중이 모른 척

눈감아준 결과물들이다

그래서 과밀過密이라는 것

그것도 공중 없이는 해결되기 힘들다​

꽃을 솎아내는 일

열매를 솎아내는 일

그것 또한 공중의 눈치를 보는 일이다 ​

그렇지만 그늘은

공중이 땅에 신세지는 일이다

그늘 없는 공중의 구조물이 있겠는가

언젠가 무너질 건축들과 나무들의 높이가

안착할 곳을 미리 점찍어 둔 곳

입도선매한 자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