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부, '이 볼펜으로'
부산까치 2020.08.08 05:31:20
詩 를 쓰는 마음은 다른 마음과는 다르다고
사랑하는 사람들 다른사람과 다르다고
우리는 배웠어 교과서에서
이 볼펜으로
사랑을 적기 위하여
한 점 붉디붉은 시의 응결을 찍기 위하여
오늘 밤 나는 다른 마음이 되고 싶다.
그러나 가령 우리가,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아픔을 지켜볼 때, 그가 과연
견디어 낸 삶이....
발버둥과 아우성이라고 느껴질 때,
그는 정말로 죽음을 죽고 있다고 발견됐을 때,
그리하여 그들이 잃을 수 있는 것은
죽음 밖에 더 다른 것이 없음을 알았을 때,
죽음뿐으로 다른 삶이 태어날 수 있었을 때,
죽음은 새로움의 밑거름이 되었을 때,
그 크낙한 싸움의 이김을 보았을 때,
힘을 가졌을 때.
나는 다른 마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아아 다른 마음은 이토록 나를
얽매이게 하는구나, 나를 더없는 용기로 뭉쳐주며
그러나, 나를 끝끝내 묶어버리는
時. 문화. 우리들의 사랑. 교과서 따위.
형편 없는 술은 쉽사리 사랑을 버리게 하고
쉽사리 삶을 깨닫게 한다.
교과서는 틀린 것도 아니고 옳은 것도 아니다.
그것들은 가르치지만, 그것들은 부지런히 말하고
큰소리로 외치지만
이 볼펜으로 이 사랑으로 詩 로
나는 베트남으로 갈 것인가 온갖 것 그만두고
대통령을 할 것이냐?
술마실 것이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