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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호, '바람의 정거장'
16 부산까치 2020.08.06 04:32:56
조회 120 댓글 2 신고
이 정거장에는 푯말과 이정표가 없고
레일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저 바람의 뒤를 따를 뿐
뒤를 따랐던 흔적일 뿐이다.
이 정거장에서 바람은 사방에서 팔방으로 분다
세상의 모든 방향에 눈길을 두면
결국 아무데도 갈 곳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떠나든 도착하든 이 정거장은
영원인지 잠시인지 머문 바람의 다른 이름이다.

이름이란, 일체의 수식을 무정차 통과시킨
앙금 아닌가, 문장과 구절과 행간과
행간의 여백마저, 여백의 침묵조차
스르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보낸 뒤
겨우 남은 지시어나 구구점 같은 것
그나마 문지르면 깨끗이 지워질 거다.
그러니 눈으로 보려하지 말고
귀를 기우려라, 바람의 언어는 고요인가 소요인가?
이 정거장은 지금
종착이자 시발이며 경유이기도 한데
다만 바람에 처분을 맡기려 대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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