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때 독일의 암호 전보 해독에 성공한 영국군은 어느 날 독일 공군의 공습을 미리 알아 내고,

처칠에게 공습 예정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피난 명령을 내리도록 진언했다.
그러나 처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듣지 못했다고 생각한 영국군 참모총장이 “각하, 피난 명령을 내리십시오”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자 처칠은 “그냥 가만히 있어”라고 잘라 말했다.

피난시키지 않은 채로 독일 공군의 공습을 받는다면 많은 주민이 희생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평상시라면 처칠은 살인 방조의 벌을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참모총장도 처칠의 비인도적이라 할 만한 냉혹함을 납득할 수 가 없었을 것이다.

그 후 한참 뒤에 처칠은 참모총장을 불러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이번 전쟁에서 최대의 작전인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만약 주민에게 피난 명령을 내렸다면 독일은 우리 영국이 자기네 암호 해독에 성공한 걸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노르망디 작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처칠이 이런 판단을 내릴 때 의지한 것은 머리만이 아니었다.

지도자는 때로 대(大)를 위해 비정(非情)의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이런 때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은 그의 판단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판단력만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 홍사중의 新지도자론  <리더와 보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