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면서

시를 쓴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밥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맛깔나는 언어로 힘을 실어주지요

가공된 언어를 쓰지 않음으로

시를 먹는 이에게

탈이 나지 않도록 배려하는

어머니의 마음과도 같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옷을 지어 입히는 작업입니다

가장 어울리는 색감의 언어를 고르지요

최상의 빛깔 맞춤옷으로

그대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인가를 깨닫게 해줍니다

행복한 재단사의 마음과도 같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의 꽃밭을 가꾸는 것입니다

마음의 풀밭에 잡초를 뽑아주고

날마다 기도의 물을 줍니다

평범한 흙밭에 하나 둘 꽃이 피고

온 세상이 꽃정원이 되나니

서로가 꽃이 되게 하는

정원사의 마음과도 같습니다

시를 쓰는 마음은

사랑에 빠진 연인의 심장입니다

온통 설레임으로 가득하지요

신비의 옹달샘을 퍼내는 조롱박같습니다

시는 겸손입니다

상대방을 높게 여기고

우주보다 귀하게 여깁니다

주님의 형상을 뵙듯 감탄합니다

시를 풀어나가는 기술은

오직 감사 속에만 들어있습니다

어떠한 상황도 우리를 풍요케 하시려는

주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최고로 가치 있는 시는

상대방을 축복해주는 것입니다

경쟁하거나 비판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드리는 아름다운 작업입니다

오직 자신과 싸우며

양심이라는 독자에게

거짓을 꾸미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시를 지어 먹이며

시의 옷을 재단하고

시의 꽃밭을 가꾸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할 수 있도록

그대가 존재해 주셔서

너무 행복합니다

- 조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