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서쪽 하늘에 지는 노을이

그리움은 아니지요

그리움은 그렇게

찬란한 빛깔이 아니랍니다

동해바다 아침 해가

모두 희망이 아닌 것처럼

노을 지는 저녁이

그리움만은 아니지요

그것은

문득 가슴을 적시는 새벽이슬 같은 것이고

어스름 달빛 속에 살포시 고개 내민

박꽃 같은 것이기도 하고

호젓한 산길 외로움으로 피어난

들국화 같은 것이지요

겨울바다 푸른 물결 속에서도

그리움은 묻어나고

산골마을 저녁연기 속에서도

그리움은 피어오르고

그리움은

아픈 세월 숨죽여 견디며

우리들 가슴에 소리없이 피어나는

한떨기 슬픈 꽃이지요

- 박용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