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연습

지울 수 없는 풍경 하나를 남길 얼굴에

날마다 그림을 그려본다

굵은 선 가는 선 긴 선 짧은 선

깊은 선 얕은 선 표정 없는 판화 속에

날마다 선들을 새겨왔다

분노할 때 웃어주고 능청스럽게 울며

기쁠 때 내색하지 않는 사이

춤추던 주름선은 처지고 웃음도 울음도 아닌

괴상한 선들로 뒤섞였다

울음을 비틀어 웃음 지으며

고생한 연장근로 수당이 통장에 찍힐 때

직선이 되어버린 곡선 하나

겨우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얼굴 판화 속의 선 하나 흔들기가 힘겹다

굳어져 가는 선의 꼬리에 살가운 곡선들을

억지로 덧이으는 사이 풍경화는 겹쳐진 선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 이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