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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 / 박우담
16 36쩜5do시 2020.04.07 03: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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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 / 박우담

 

 

길을 걸었습니다

 

안개 내리깔리는 길

바짓단에 달라붙는 도꼬마리도 귀뚜라미도 만났습니다

새들이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푸른색에서 검정색으로

검정색에서 흰색으로 변하는 새들의 언어

새 울음소리가 내 가슴을 때립니다

 

새가 나를 나무랍니다

 

푸드득 새가 날자 씨앗이 낱말로 떨어집니다

떨어지는 위치를 알 수 없는 꽃잎처럼

안개 속에 길을 헤매면서 나는 받아적습니다

 

새는 무지한 나를 아직도 나무라고 있습니다

무채색 언어가 내 귓바퀴를 때리자

울리는 공명들

순간 씨앗이 퍼져나갑니다

 

새장 속의 새처럼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문장 속에 나는 갇혀있습니다

 

불현듯 공포가 머리칼을 세웁니다

복선들이 바짓단을 끌어당기는 길

 

흰색에서 푸른색으로

푸른색에서 검정색으로

간혹

무지갯빛으로 다가오는 언어들

 

길을 걸었습니다 높낮이가 다른

 

도꼬마리처럼 안개가 내 가슴에 넘쳤습니다

 

새의 언어에 불안이 자라났으므로

길의 길 속으로 자꾸 빠져들었습니다

 

나는 이른 계절에 찾아온 귀뚜라미처럼

행간의 실오라기조차 놓쳐버렸습니다

 

어쩌면

내가 길을 잃어버린 게 아니고

길이 나를 놓쳐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안개에 젖은 꽃잎처럼

문득 지나친 문장처럼

 

내 손바닥에 찍혀있는 새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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