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부모들

나의 흑백사진에는 우리네 부모들

희노애락의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깊어진 주름에 하나 남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할머니,

생계를 꾸리기 위해 새벽잠도 물리친 채

완행 열차에 몸을 실은 억척 아지매들

자식 잘 되라고 빌고 또 비는 어머니

한 (恨) 으로 가득한 아픈 시대를 살아온 부모들

자식들로부터 효도받을 나이에

되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서글픈 노모 등

그 부모들 이마에 물결치는 수많은 주름살을

카메라에 담으며 나는 이 땅의 부모들이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느낍니다.

그리고 렌즈에 잡힌 이 땅의 부모들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머리를 숙입니다.

-글/최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