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 김 솔

  바람 한 자락에 올이 풀리네

  풀린 가슴 지는 꽃잎과 흩날리네, 어머니 품속 같아 천지사방 헤매어도 서럽지 않으네, 헤픈 여자의 흐드러진 눈길처럼 살갑네, 천지분간 없이 맑게 헹구네

  맑아질수록 그만 쏟아져버리고 싶어 죄를 짓네

  천만 번째 떨어지는 꽃잎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죄가 문드러진다는, 꽃을 탐하는 사람들의 코와 입술 가슴이 문드러지는 나병 같은 봄밤이네  치마폭에 볼을 포개고 나를 구원하던 너의 눈빛이 입술이 손가락이 아직도 유두 끝에 매달린 것 같아 간지러운 봄밤이네  내 이름을 불러주는 입술에게 입술로 가 닿고 싶은 봄밤이네 맹목으로 흩날리는 봄밤이네

  아마도 돌 하나 가슴에 얹어야 할 봄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