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이 올까/선미숙
그도세상김용호 2020.02.29 02:37:32
- 이런 날이 올까
선미숙
코끝을 간질이는 비린내에 끌려 눈을 뜨고
구운 김에 멸치 몇 마리, 바다 풀을 상큼하게 무치고
굴을 넣은 미역국, 갈매기 날갯짓과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를 보며 가볍게 한 끼를 채우고
까닭 없이 번지는 웃음으로 책을 읽어요.
하얀 머리와 잔주름이 초라하지 않은 모습에
잔잔하게 베어나는 너그러움으로 이웃의 동무가 되는,
작은 것도 나눌 줄 아는 넉넉함으로 대문을 열어 놓아요.
어리석음을 용서한 신이 반쪽을 보내 줘
늦게라도 누군가 곁에 있다면
남아있는 시간, 온 마음 다해 서로를 보듬으며
가끔 그 사람 앞에 철없는 아이가 되어도 받아주고
어설픈 몸짓이 있어도 감싸주는, 사랑이기보다는
없어서는 안 될 공기가 되어 살지요.
“살아 있을 때 당신을 만나 참 고마워요” 말하며
깊게 마음 안아주는 그런
서쪽하늘을 물들이는 해를 보며
세상을 원망하던 좁은 속이 조금은 열려
고단했던 삶을 한 줄 한 줄 아름답게 적어가며 기쁜 숨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