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 / 조온윤

 

지은 죄를 반죽처럼 뭉치고 주물러서

지저분해진 손으로

좀 더 더러운 걸 만진다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내 위장 속엔

풀 수 없는 매듭처럼 꼬여버린 뱀이

꿈적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얀 옷을 버리는 일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하얀 손에 이끌려

무균실 같은 빛 속으로 서게 된다 해도

기도 시간에는 일부러 눈을 감지 않았다

나 때문에 기도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뭉쳐놓은 빵 반죽에

아이들이 별과 하트 모양을 찍어 굽고

모이 쪼는 작은 새들처럼 나누어 먹는다 해도

전염된 죄가 마음을 좀먹을 것이다

잔을 들면 유리잔 위로 창을 열면 유리창 위로

제멋대로 손자국이 옮아갈 것이다

매일 투명한 식기를 닦는 이들로부터 그런 나의 존재가

붉은 얼룩과 같다 해도

모두가

그럴 것이라

믿어버린다 해도

시간은 언제나 케이크처럼 공평하게 나눠지고

뱀의 뱃속에 살아도 시간은 공평하게

뱀의 뱃속 같은 복도를 지나

찾아오고

아직 눈을 감은 채 소원을 마치지 않은

사람이 있어

식사는 잠시 미루어진다

다다를 때까지

모두들 멈춰 있기로 한다

몰래 움직여버린 나 때문에

흰 식탁보 위로

흰 우유가 쏟아진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