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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꿈 / 이창기
15 36쩜5do시 2020.02.27 08: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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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꿈 / 이창기

                                                                                                

   月

   취한 달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적잖은 젊은이들이 대학의 철학과로 몰렸다는 얘기는 나를 유쾌하게 한다. 나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과 부끄러움으로 바람을 등진 들꽃들의 낮과 밤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학급 문고나 달빛이 지나는 어느 병영 막사의 책장에는 늙은 철학자들의 서러운 고백의 편지가 에세이집으로 묶여 비치되어 있다. 생존이 절박한 시기에는 시도 현실에 속한다. 고슬고슬한 시로 밥을 짓고, 손발 같은 시로 간병을 하고, 흔해빠진 시는 소금에 절여 장아찌를 담근다. 시가 연기처럼 사라진 전우를 노래하며 두드리는 철모가 되는 것이다. 나는 우는 거지를 본 적이 없다. 나는 허둥대는 창녀를 본 적이 없다. 시인이란 취한 달을 업은 대리운전자. 맨 정신으로, 모든 사라진 것들의 내면을 보란 듯이 허공에 되비추며, 조심조심 구름을 비껴, 가족들이 사는 산 너머 남촌으로 뚜벅뚜벅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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