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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이야기
28 교칠지심 2020.02.23 19: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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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바위 보#

도로와 인도 사이에 나지막이 걸터앉아 있는 자그마한 상점엔

구두수선을 하는 남편과 옷 수선을 하는 아내가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새벽을 걸어 나온 두 사람은 바쁜 오전 시간을 말없이 보내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도시락 하나를 마주하고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얘기라도 나눌 수 있는 이 시간이 무척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굳어 있는 밥에 찬이라고는 풋고추에 김치 조각이 전부이지만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한술 더 먹으라며 서로의 젓가락에 희망을 올려놓으며

부부간의 사랑은 만져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가는 거란 걸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거리에 벌써 나온 달님을 따라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들면 가게에 셔터는 먼저 찾아온 어둠과 함께 내려오고 하얀 두 개의 눈동자로 빵긋 웃어 보이며 하루 일을 마친 부부 앞에 서둘러 나타난 버스는
빨리 타라는 인사를 건넵니다

버스에 오른 남편과 아내의 눈에 보이는 비어있는 좌석 하나 남편은 절름거리는 다리를 먼저 내디뎌 빈자리에 도착한 뒤 아내를 눈짓으로 부릅니다

아내는 다리가 불편한 남편에게 나지막한 소리로

"당신이 앉아요"

남편은 아내보다 더 작은 소리로 "당신이 앉아"라고 말을 하며 눈은 아내의 손을 바라보고 섰습니다

남편의 눈빛을 따라 바라본 아내의 두 손은 어릴적 적 화상으로 굽어져 있었기에 버스 손잡이를 잡기엔 많이 불편한 아내의 손을 잡더니 의자에 앉히고서야

부부란 오가는 많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라듯 둥지를 튼 새처럼 아내의 머리 위로 환한 미소를 내보이고 있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거리에 풍경들을 말없이 바라보던 아내는 다리 아픈 남편이 서 있는 게 마음이 아려왔는지 그림자가 그림자를 바라보듯

“이제 당신이 앉아요"

"두 정거장만 더 가면 그때 앉을게"라며

창밖 풍경에 시선을 둔 채 애써 아내를 외면하는 남편과 약속한 정류장에 멈추어 서자 일어서려는 아내를 보며

"여보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이 두 정거장을 더 앉아가기로 하지"

남편은 손이 오그라져 주먹밖에 낼 수 없는 아내에게 가위를 내보이더니

"당신이 이겼네 당신이 계속 앉아가야겠군.."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달리기라도 하는지 내달린 버스는 벌써 두 번째 정거장 앞에 멈춰 섰습니다

"여보.. 난 지금껏 편하게 앉아왔으니 이젠 당신이 앉아요"

"그럼 이젠 진 사람이 앉아 가는 거로 합시다"

주먹밖에 내지 못하는 아내에게 보를 내놓고는

"당신이 계속 앉아가야겠네"라며 싱긋이 웃어 보이는 남편

서로의 아픔을 딛고 목마른 삶을 사랑이란 두 글자로 뛰어넘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차창에 머문 달님은 흐뭇한 미소로 말했습니다

사랑하며 지나온 길을 따라 행복의 종착역을 찾아가던 버스는 내려야 할 정류장에 멈춰 섰고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올라오시는 할머니 한 분을 자신의 자리에 고이 앉혀 드린 뒤

“기사님 수고하세요”라며 버스에서 내려서는 아내를 기다리고 섰던 남편은  아내의 손을 자신의 점퍼 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는

남편의 느린 걸음에 맞춰 함께 천천히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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